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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88% “윗선 뜻 반대 땐 불이익 우려”… 독립성 위기 공감

입력 : 2017-03-26 22:20:39 수정 : 2017-03-26 23: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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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 설문조사 결과 / 47% “상급심 판례 취지 어긋난 튀는 판결 내리면 찍힌다” 응답 / 71% “대법관 임명제청 절차 등 대법원장의 관여 줄여야” 요구 / 개선 필요 목소리에 힘 실릴 듯
법관 10명 중 9명 정도가 대법원장이나 법원장의 사법정책이나 사법행정권 행사에 반대하면 인사 또는 사무분담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제왕적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의 관료화와 법관 독립성 침해 우려 등의 문제에 대다수의 법관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법원 안팎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26일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법행정에 관해 대법원장, 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표현을 한 법관도 보직, 평정, 사무분담 등에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우려가 있다’는 판사가 88%(443명)에 달했다. 반면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응답자는 12%에 그쳤다.

판사들은 법관의 독립 보장을 위해 개선돼야 할 사법행정 분야(복수응답)로는 ‘승진·전보·선발성 보직 등의 인사’(8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평정·재임용 등 직무평가(72%) △정치권과 언론 등 외부로부터의 재판 독립 보호(55%) △사무분담, 재판절차 등 재판업무(48%) 등의 순으로 답했다.

적지 않은 판사가 대법원 판례 취지와 어긋난 ‘튀는’ 판결을 하거나 행정부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에 반하는 판결을 할 때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등 ‘재판의 독립성 보장’ 원칙에 확신을 갖고 있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주요 사건에서 상급심 판결례의 판단 내용에 반대되는 판결을 한 법관도 보직, 평정, 사무분담 등에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판사의 38.4%가 “공감하지 않는다”, 8.6%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주요 사건에서 행정부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도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느냐’는 질문에 45.2%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는 판사 인사권을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소속 법원장의 권한을 의식하는 편이냐’는 물음에 판사의 91.8%가 “그렇다”고 답했다. 판사들이 의식하는 법원장의 권한은 근무평정권, 사무분담 결정권 및 사건 배당권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막강한 인사권을 바탕으로 ‘사법부 관료화’의 정점에 서 있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이 도마에 올랐다.

전날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법관 독립 강화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영훈(43·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법 판사는 “법원장에게는 평정권이 있어 법관들은 법원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법원장 역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법원장에게 위임된 권한도 대법원장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행 대법관 제청 절차에 대해 판사의 71.6%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서 인권법연구회는 지난달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포함한 전국 법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법 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법관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설문조사 전후로 법원행정처의 인권법연구회 측 압박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상조사단이 가동된 상태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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