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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엔 자산관리 사후엔 상속… ‘유언대용신탁’ 뜬다

입력 : 2017-03-26 21:38:56 수정 : 2017-03-26 22: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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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고령화 대비 상품 속속 출시
건물 한 채와 현금 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는 70대 A씨는 자신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 다툼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렇다고 보증인을 세워야만하는 유언장까지 작성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은행에서 ‘유언대용신탁’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유산 문제를 깔끔히 매듭지을 수 있었다. A씨는 자신이 사망하면 현금 자산은 아내와 자녀 2명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고, 보유 건물은 은행 관리 하에 임대 수익은 아내 생활비 몫으로 지급하도록 했으며 후일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 건물은 복지단체에 기부하는 내용으로 은행과 계약을 체결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사후 보유 재산 처리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금융권에서 이들을 공략한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금융기관이 위탁자와 생전에 신탁 계약을 맺고 재산을 관리해 주다가 계약자가 사망한 뒤 계약 내용대로 자산을 관리·처분하는 금융상품이다. 유언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탁 상품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널리 활용되는 상속 수단 중 하나다.

◆생전엔 자산운용 수익, 사후 상속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계약하면 금융기관이 생전에는 신탁 자산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수익을 위탁자에게 돌려준다. 돈을 맡긴 사람이 사망하면 계약대로 집행해준다. 금융사는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사에 맡길 수 있는 재산은 현금, 부동산, 유가증권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부동산은 금융사가 관리해 임대수익을 돌려주고, 사후 계약에 따라 처분해준다. 나중에 재산을 받을 사람과 시기에는 제한이 없다.

사망 후 계약 내용에 따라 재산을 처분해주는 일반적인 내용의 유언대용신탁 상품으로는 KEB하나은행 ‘하나리빙트러스트’, KB국민은행 ‘골든라이프안심상속신탁’, 신한은행 ‘신한미래설계 내리사랑신탁’, NH투자증권 ‘100세시대 대대손손 신탁’ 등이 있다. 최저 가입금액은 보통 금전은 5억원 이상, 부동산은 10억원으로 설정돼 있지만 협의를 통해 조정 가능하다.

맞춤형도 있다. 치매안심신탁은 치매가 오기 전이나 치매 초기일 때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 설계를 해놓는 상품이다.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미리 지정하면 치매 판정 후 은행이 돈을 관리해준다. 성년후견인지원신탁도 비슷하다. 성년이지만 발달장애인 등 판단능력이 없어 법원에서 성년후견 개시 심판 또는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은행이 후견인으로서 생활비를 지급하고 주요 재산을 보전·관리해준다. 둘 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다. 미성년후견지원신탁은 수익자가 미성년인 경우 성년이 될 때까지 재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이와 함께 KEB하나은행에서는 최소 가입금액을 예치형은 500만원, 월납형은 1만원으로 대폭 낮춘 보급형 유언대용신탁인 ‘가족배려신탁’을 운영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신영 패밀리 헤리티지’를 통해 종합자산관리, 자산승계, 특별부양, 공익기부로 이루어진 종합가족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중 자산승계가 유언대용신탁과 같은 것이다. 가족금융서비스에는 가족들의 생애주기별로 교육비, 결혼자금, 노후자금 등 필요 자금의 일시 또는 분할 지급, 장애, 치매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본인 및 가족을 위한 신탁 계약 등이 담겨있다.

◆충분한 상담·자산 분배 계획 수립 필요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상속분쟁을 예방하고, 유언장 작성에 따른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다. 박득민 NH투자증권 신탁부장은 “유언장은 공증을 받아야 하고,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분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분실이나 변경 우려가 없다. 사후 신탁 내용을 바꾸려면 계약에 포함된 모든 수익자(유산을 받는 사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탁계약을 체결해도 민법상 유류분 제도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유류분이란 최소한의 상속분을 법으로 인정해 놓은 것이다. 신탁 집행 내용에 대해 유가족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국내에는 신탁 계약과 유류분 중 무엇이 더 앞서는지에 대한 판례는 없다.

이 때문에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려면 먼저 금융사와의 충분히 상담과 합의가 필요하다. 금융사의 변호사·세무사 등이 관련 법률, 과세 등을 알려준다. 유언대용신탁을 해도 상속세는 내야 한다. 또 유산 배분 비중 등을 자녀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전문가들이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낼 때까지 자산배분, 절세 방법 등을 진단한다”며 “생활비와 간병비를 누구에게 얼마나 할 것인지 등 계약 내용은 세세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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