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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정의 공부 Talk] 필기에 너무 신경 쓰다가 내용 소홀히 하는 경우 많아

입력 : 2017-03-27 03:00:00 수정 : 2017-03-26 22: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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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예쁜 필기·성적은 비례할까 〈끝〉 유독 필기를 예쁘게 하는 학생들이 있다. 색깔별로 다양한 펜을 활용해 줄을 치고, 깔끔한 글씨에 그림까지. 때로는 마치 교과서처럼 깔끔하게 정리돼 손으로 정리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의 필기도 보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여학생이지만, 종종 남학생도 있다. 자로 잰 듯 반듯한 글씨와 표로 구성된 필기는 학생의 꼼꼼하고 깔끔한 성품을 대변하는 듯하다.

필기를 잘하는 학생이 공부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내용과 무관하게 글씨체가 깔끔하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정성스러운 필기와 상관없이 내용을 머릿속에는 집어넣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필기에만 신경 쓰느라 공부법이 잘못된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윤의정 공부혁명대 소장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너무 필기에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하곤 한다. 예쁘게 필기한 노트를 보면 ‘진짜 이 필기를 하는 동안 공부에 집중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서 필기하는 동안 펜을 이것저것 바꿀 여유가 그리 많을 것 같진 않다. 그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쓰거나, 혹은 개념 하나라도 더 열심히 눈에 익히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종종 필기를 잘하는 학생보다 예쁘게 필기한 노트를 빌려 본 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얻는 사례도 접한다. 필기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필기과정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유형의 아이들이 이런 실수를 범하곤 한다. 반면, 타인의 필기라도 꼼꼼히 보고 익히는 방식으로 공부한 아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색깔 있는 펜을 너무 다양하게 쓰지 마”라고 주문한다. 필기를 잘하는 것은 좋지만, 필기에만 온 신경을 다 기울이지는 말라는 뜻이다. 차라리 펜을 바꿔가며 예쁘게 정리하는 필기 방식을 자신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필기로 바꾸고, 내용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낫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다시 반복해 학습하는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스스로 알아보기 쉽게 필기했다면, 그 학생은 꼼꼼한 성격일 것이다. 필기의 깔끔함에 집착해 내용을 소홀히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자. 필기의 진정한 힘은 정리하며 생각하고, 정리한 것을 자주 반복해 보면서 그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서 나온다.

타인이 알아보기 쉬운 필기보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필기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누구도 빌려 달라고 하지 않는 나만의 필기 안에 모든 주요 정보와 힌트들이 있다면, 그게 바로 공부를 잘하는 ‘나만의 비법’ 아닐까. 유명 맛집의 숨겨진 비밀, 레시피처럼 말이다.

윤의정 공부혁명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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