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의 강직함과 열정, 그리고 과격함 서여기인(書如其人). ‘글씨가 곧 사람이다’는 뜻이다. 옛 성현들은 글씨체에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이 베어난다고 말했다. 글씨를 분석하는 필적학은 글씨의 행간, 자간, 획, 강약 등을 분석해 그 사람의 의도, 성격, 나이, 등을 알아내는 학문이다. 필적학자가 바라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4일 필적학을 18년째 연구한 구본진 변호사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담장에 붙은 포스트잇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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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자택 담장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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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에 붙은 포스트잇을 보는 구본진 변호사 |
◆평범함 속에 보이는 강직함과 열정, 그리고 과격함
담장에 붙은 포스트잇을 훑어 본 구 변호사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는 평범했지만 눈에 띄는 메모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자신의 글씨를 봐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별다른 특성이 없어서 분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통 사람들의 글씨를 모아 봤을 때보다는 분석할 만한 특징을 가진 글씨들이 눈에 더 많이 띄었다"고 말했다.
포스트잇을 통해 바라 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질서’를 좋아하며 매사에 ‘열정적’이고 ‘긍적적’이었다. 일부는 다소 ‘과격’하거나 심리적으로 ‘혼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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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한 성품을 드러내는 메모. 질서를 좋아하는 성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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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부분 여백이 없는 메모. 열정적인 성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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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갈수록 올라가는 메모. 긍정적인 성향. |
◆인내력이 뛰어나고 질서를 좋아하는 각진 글씨의 지지자들
필적학에서 곧은 글씨는 곧은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구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각이 진 글씨가 많이 눈에 띈다”며 ”이들은 의지가 강하며 질서를 좋아하는 군인 느낌의 글씨를 쓴다’고 설명했다.
각진 글씨로 분류된 포스트잇에는 ‘ㅂ’, ‘ㄷ’, ‘ㄱ’, ‘ㄹ’등의 자음이 각져있었다. 구 변호사는 “이런 글씨는 손에 힘을 꽉 줘야 쓸 수 있다“며 “인내력이 좋아야 이런 글씨를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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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휘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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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필적과 닮은 꼴의 글씨 |
지지자들의 곧고 각진 글씨는 박 전 대통령과도 닮아 있었다. 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글씨는 군인의 글씨라고 할 정도로 경직돼 있다”며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글씨 모두가 강직하면서도 깔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 변호사는 “각진 글씨가 많은 것을 보면 지지자들 다수가 박 전 대통령처럼 질서를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포스트잇 중에서 박 전 대통령과 닮아 있는 포스트잇을 찾기도 했다. 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비해서는 세로가 짧지만 각진 부분들이 닮아 있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지지자들, 여백을 허락하지 않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포스트잇이 우선 눈에 띈다.
담장에 붙은 포스트잇 중에서 종이 윗부분에 여백을 두지 않고 글을 쓰는 메모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구 변호사는 “글을 시작 하면서 바짝 붙여서 쓰는 사람들이 대체로 열정적이다”며 ”열정적이다 보니 이곳까지 찾아와 글을 남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긍정의 지지자들, 우상향
긍정적인 성향의 지지자들이 남긴 메시지들도 있었다.
일부 메시지들은 글씨가 오른쪽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구 변호사는 “글씨 행이 상승하는 사람들은 대게 성격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승하는 필체의 메모는 ”힘내세요”, “이겼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행을 침범하는 글씨, 상대를 배려하지 않아
글씨가 서로 침범해 글자를 겹쳐 쓴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구 변호사는 글씨끼리 서로 겹쳐진 일부 포스트잇에 주목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글씨에서 행과 행을 침범하는 글씨는 잘 보기 힘들다”며 “다른 글씨를 침범하면서 쓰는 사람들이 보통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잘 신경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과격한 지지자들이 자택 담장에 포스트잇을 남겼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했다.
◆정돈되지 않는 글씨, 혼란스러운 내면을 반영
겉으로만 봐도 정돈되지 못한 메모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반영한다. “일부로라도 (사진처럼)쓰기 쉽지 않다. 글씨가 정갈하지 못한 것은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는 게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한 지지자 포스트잇 응원 메시지에는 중간중간에 종교 용어가 섞여 해석하기 어렵기도 했다.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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