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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후 척박한 시대… 책은 청년들의 꿈이자 희망

입력 : 2017-03-25 03:00:00 수정 : 2017-03-24 19: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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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자 지음/푸른역사/1만4900원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박숙자 지음/푸른역사/1만4900원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청년들은 ‘책 읽기’에 집중했다.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책을 읽으면서 더 나은 삶을 꿈꿨다. 이들은 책을 통해 ‘국가’가 무엇인지 고뇌했고, ‘혁명’에 좌절했으며, ‘여성’과 ‘노동’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들이 읽고 던진 물음으로 우리 삶의 지도는 단단해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역사는 그 시대 청년들이 읽어낸 만큼의 역사다.

신간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는 해방 이후 청년들이 읽은 책을 통해 그 시절의 문화사를 읽어낸다.

해방 이후 명동에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책들이 넘쳐났다. 정비석의 ‘자유부인’ 속 주인공인 선영은 미군의 댄스홀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화려한 나머지 눈앞의 광경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도록 황홀’한 감정을 느꼈다. 당시의 청년들에게 미국은 이상과 행복의 현실판이었다.

한글 출판물이 귀했던 시절에는 이른바 ‘해적판’이 판을 쳤다. 대표적인 것이 미우라 아야코 작가의 ‘빙점’이다. 빙점은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에 연재 중이었지만, 저자의 허락도 없이 한국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됐다.

혁명의 시대인 1960년대 청년들은 잡지 ‘학원’과 ‘사상계’를 읽었다. 학원은 중학생을 겨냥한 종합잡지였지만, 전국 중고등학생들의 포럼 역할을 했다. 1975년에는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삼중당문고’가 탄생했다. 짜장면이 150원 정도 하던 시절 권당 200원인 삼중당문고는 가난한 고학생들도 가질 수 있는 책이었다. 당시의 청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삼중당문고를 구입해 들고다녔다. 설사 책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지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국문학자인 저자 박숙자씨는 “‘자유대한’에서 ‘유신체제’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으며 꿈꾸며 살던 청년들의 삶을 담아냈다”며 “새로운 세상을 알기 위해, 그리고 길 없는 길을 가기 위해 이들이 붙잡을 것은 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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