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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트럼프 '들었다 놨다'한 코미 FBI 국장

입력 : 2017-03-25 10:00:00 수정 : 2017-03-24 2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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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승리 공신’서 ‘최대 정적’으로 돌아서
취임 2개월을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를 맞았다. 내각 구성이 완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으며, 새로운 건강보험법인 ‘트럼프케어’ 도입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그나마 사법부와 의회의 견제는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충격이 전해지곤 한다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접한 강력한 충격파의 하나로는 제임스 코미(사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하원 정보위원회 증언이 꼽힌다. 코미 국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로부터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의혹을 내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내통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타워 도청’ 논란에는 종지부를 찍었다. ‘오바마의 도청’ 증거는 없었다고 확인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중의 타격을 입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코미 국장의 처세가 괘씸할 수 있다. 임기 10년인 그는 아직 임기 6년을 더 남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임기보다도 2년이 더 길다. 트럼프 대통령이 윽박지르고 압박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론은 코미 국장의 유임을 바라는 쪽으로 움직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임기 도중 FBI 국장을 사임한 사람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윌리엄 세션스가 유일하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반기’를 들었지만, 시계를 지난해 대선 직전으로 돌리면 상황은 전혀 달리 보인다. 그때는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이 코미 국장이었다. 코미 국장은 대선 투표를 코앞에 둔 지난해 10월 말 승리가 유력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천명했다. 이어 11월 초에는 수사 유보 방침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중도 성향 및 민주당 성향 유권자 일부가 투표를 포기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미 국장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시사메이커로 등장한 셈이다. 코미 국장으로서는 ‘원칙을 지키려 했다’고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할 수도 있다.

지난해 대선 이전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말은 설득력을 지닌다. 코미 국장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인 2003∼2005년 법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그가 장관 대행을 하던 2004년 백악관은 국내 도청 및 감청 인가를 요청했다. 코미 국장은 이를 거부하며 백악관과 정면 충돌했으며, 부시 정부는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민주당은 공화당 출신이었던 그를 치켜세웠다. 이를 기억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그를 FBI 국장에 임명하면서 ‘자주성과 진실성의 상징’이라고 칭찬했다. 이런 전력으로 미뤄볼 때 코미 국장이 어떤 변신을 거듭할지도 궁금한 사안이다. 그의 태도 표명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과 의회가 들썩거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는 1960년 뉴욕주에서 태어났으며, 윌리엄앤메리대학교와 시카고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부인 패트리스 페일러와 사이에 자녀 5명을 뒀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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