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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세월호 3년'…안전불감증, 세월 지나도 여전

입력 : 2017-03-27 05:00:00 수정 : 2017-03-25 19: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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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여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지 1073일만에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인양됐습니다. 기상 악화 등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세월호 선체는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목포항으로 옮겨질 예정입니다. 이르면 다음달 초 모든 작업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선체가 무사히 목포항에 거치되면 곧바로 합동수습본부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그 누구보다 큰 고통을 받은 이들은 미수습자 유족일 것입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한 선체 개조, 과적, 조타 미숙 등의 각종 의혹이 더 확실하게 규명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돌던 갖가지 소문의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서서히 피어 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선체가 3년 가까이 바다 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침몰 과정의 충격과 빠른 조류의 영향으로 선체 외부와 적재물이 상당 부분 훼손됐거나, 유실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 모든 의혹들이 확실하게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또 다른 의혹을 자꾸 재생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분란을 위해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들여 선체를 인양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젠 소모적인 의혹과 논란 확산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들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우리 국민들의 중론입니다.

'세월호'라는 글자마저 희미해진 1073일의 시간이 흐르고, 녹슬고 긁힌 상처투성이 선체가 다시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흰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져 매끈했던 선체는 부식되어 온통 얼룩덜룩 붉게 변해 있었고, 여기저기 긁힌 흔적과 오랜 시간 해저에서 켜켜이 쌓인 부유물이 지저분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인양 작업이 지속되면서 1·2층 화물칸인 파란색 하부와 3·4층 객실, 5층 조타실·객실이 있는 흰색 상부 등 세월호 우현(右舷)의 전체 모습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근접 촬영한 영상에서는 세월호 선체 주변으로 촘촘한 그물망도 눈에 띄었다.

선체가 다시 떠오르기만을 애끓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아이와 가족이 3년간 잠들어 있던 세월호의 처참한 겉모습에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1073일의 시간 흘렀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개선되지 않아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에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지난 23일 오전 10시경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3년 동안 물밑에서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바지선 사이로 떠올라 옆으로 길게 누워 있다.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움직인 곳이 없었으며,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며 온 나라를 충격과 비탄에 빠뜨렸다.

사건 이후 안전과 관련한 각종 대책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정부는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으로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천명했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안전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현장재난 대응 중심의 '진짜 매뉴얼' 필요

그러나 연이어 터진 크고 작은 사고 때마다 '안전불감증'은 어김 없이 등장, 안전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 4월16일 침몰중인 선체(위)와 1073일만에 인양되고 있는 선체(아래)의 상태가 그동안의 긴 세월을 말해주듯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후진국형 인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재난대응 매뉴얼에 현실성을 불어넣고, 매뉴얼 운용 인력을 전문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기관에 무려 3000여개의 재난대응 매뉴얼이 있어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후진국형 참사가 되풀이돼도 명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보다는 책임자 처벌에 몰두하다가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류로만 존재하는 매뉴얼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 교육·훈련,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이 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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