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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세월의 한'… "돌아오라" 부르짖는 소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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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3 18:39:52 수정 : 2017-03-24 08: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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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순탄한 인양 간절한 기도 / 팽목항 추모 발길 / 시민들 “내자식 같아 안타까워”… 빗방울에 물결 거세지자 걱정… 미수습자 가족 사고 해역 이동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안산분향소선 기쁨·울분 교차 / 피해자 단체 “시신 수색 우선” “혹시나 배 끄트머리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왔어요. 날이 우중충한 게 비가 올까 계속 불안해요.”

세월호 인양 소식이 전해진 23일 전남 진도 팽목항. 어스름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느린 걸음으로 ‘기다림의 항구’를 살피던 조순연(65·여)씨에게 팽목항은 이날 처음이었다. 전남 장성에 사는 조씨는 전날 밤 뉴스에서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고 했다. 조씨는 “다들 내 자식 같고. 너무 안타까워요. 대학도 가고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인양이 진행된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취재진과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에서 진행되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세월호 인양이 진행된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취재진과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에서 진행되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구역에서 미수습자 가족이 세월호 인양 과정을 보면서 오열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팽목항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어 무사 인양을 기원했다.

한 50대 조문객은 “울산에서 새벽 2시에 출발했다”며 “세월호가 성공적으로 인양되고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날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특히 많았다.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곤 하지만 물결이 거세지면서 미수습자 시신과 유품 등이 유실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서다. 오전 7시쯤 빗방울이 떨어지자 박모(57)씨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있었나. 또 어찌 될까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팽목항을 찾은 많은 시민들의 기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수습자 가족 7명 등 세월호 유족 40여 명은 전날 오전 9시쯤 배를 타고 사고 해역으로 이동했다. 숙소에는 이불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세월호가 인양된다는 희망에 부리나케 자리를 박찬 흔적이 역력했다.

팽목항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의료진도 속속 자리를 잡았다. 팽목항 인근 주민들도 한목소리로 별 탈 없는 인양을 바랐다. 배편을 기다리던 이모(46)씨는 “바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월에 찢긴 세월호 3년 가까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23일 마침내 수면 위로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 16일 침몰 중인 선체(위)와 1073일 만에 인양되고 있는 선체(아래)의 상태가 그동안의 긴 시간을 말해주듯 확연히 다르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의 세월호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에서는 팽목항으로 내려가지 못한 유족들 중 일부가 TV뉴스 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김내근씨는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 3년이나 끌었는지 모르겠다. 사고가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성실씨는 “인양을 통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수습자 수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월호 참사 피해자 관련 단체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4·16국민조사위원회는 “진실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의 희망이 인양됐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미수습자 수색 작업을 서둘러야 하고 세월호도 온전히 가족과 국민들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인양 과정에서 정부가 철저하게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을 배제시키고 불투명한 행정을 보여 왔다. 가족들과 국민들이 세월호 인양과 그 이후 모든 과정을 함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도=배민영 기자, 박진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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