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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혈세 투입 대우조선, 자구·회생방안 국민에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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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4 00:35:30 수정 : 2017-03-24 00: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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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약속 깨고 17개월만 지원
‘밑 빠진 독 물 붓기’ 안 되려면
최소한 노사 고통분담 있어야
정부와 채권단이 어제 대우조선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구조조정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실상은 대규모 자금 지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출자 전환과 만기 연장까지 합치면 유동성 지원 규모는 6조7000억원으로 불어난다. 2005년 10월 서별관 회의를 통해 4조2000억원을 지원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정부는 이번 지원이 고육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당장 내달 21일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을 막지 못하면 대우조선은 부도를 맞게 된다. 부도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에 최대 59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경제계 전반에 대우조선발 ‘4월 위기설’마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급한 불이라도 끄고 봐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무능력과 무원칙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2005년 지원 당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했다. 정부 스스로 약속을 어긴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도 마찬가지다. 2016년 수주 예상치를 115억달러로 잡았으나 실적은 8분의 1 수준인 15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이 조선업의 장기시황 부진, 대우조선의 내재적 위험요인을 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해 대응하지 못했던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혈세가 투입되는 대형 사고를 그냥 어물쩍 넘기려 해선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그동안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지원만 했을 뿐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조선업을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쓴소리에 귀 닫은 채 비교적 수주전망을 높게 본 보고서만 믿고 구조조정안을 확정했으니 당연하다. 현재 대우조선의 자구안 이행률은 29%에 불과하다. 현대대중공업 56%, 삼성중공업 40%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니 벌써 “이번 지원으로 몇 개월 더 갈까”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게 아닌가.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로 구조조정에 대한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장관이 무슨 수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는 “근로자가 고통분담해선 안 된다”고 소리친다. 이러다가는 정말 배가 산으로 갈지 모를 일이다. 언제 또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자구·회생안을 마련해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마불사 신화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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