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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신문고 두드린 여중생…‘20년 숙원’ 말끔히 해결

입력 : 2017-03-23 03:00:00 수정 : 2017-03-22 21: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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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북 전주시 전북여고에 입학한 조은수(16)양은 지난 2년 전 등하굣길에 겪었던 일만 떠올리면 지금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전주중앙중학교 시절 학교를 오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했던 후문쪽 횡단보도 때문이다. 조양은 당시 도심의 왕복 4차로인데도 신호등이 없다보니 급하게 달리는 차량에 언제 부딪힐 지 몰라 가슴 조린 나날이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왼쪽)이 22일 오후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안전신문고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조은수(16)양에게 최우수상을 시상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제공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2015년 3월, 하굣길에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건너려던 순간 갑자기 자동차의 급제동 소리에 소스라쳤다. 1학년 후배 여학생은 급정거한 택시 옆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가까스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아찔했던 그 순간은 좀처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조양은 지난 겨울방학 때 학교에서 나눠준 안전신문고에 관한 안내장을 접하고 이 문제를 신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 학년 위인 오빠는 “네가 신고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할아버지도 “20년 넘게 그 문제가 제기됐는 데도 잘 풀리지 않고 있다”며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조양이 안전신문고에 신고하자 이틀 만에 관할 경찰서로부터 답변이 왔다. “제반 여건상 신호등 설치가 어려운 구간이지만, 신호체계를 검토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해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인 7월 신호등이 설치됐고, 경찰은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 전후로 약 2시간만 신호등을 가동하는 운영의 묘를 살렸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가운데)이 22일 오후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명사초청 안전 통통 직장교육에 참석해 안전신문고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른쪽이 조은수(16)양. 국민안전처 제공
조양의 신고 덕분에 20년 숙원사업이 4개월만에 해결된 순간이었다. 700여 명의 학생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로를 건널 수 있게 됐다. 이 횡단보도에서는 더 이상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조양은 이 같은 체험담을 적어 올해 1∼2월 국민안전처가 안전신문고 앱 구축 2주년을 맞아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실시한 ‘안전신문고 체험수기 공모전’에 보냈다. 안전신문고는 국민들이 스마트폰 앱이나 안전신문고 포털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위험요인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민안전처는 22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시상식을 갖고 ‘작은 관심 하나로 안전과 편의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출품한 조양에게 최우수상(상금 200만원)을 시상하고 격려했다.

국민안전처는 수상작을 포함한 응모 작품 358점을 안전신문고 체험 사례집으로 발간해 각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홍보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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