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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코트디부아르 아기와 미국 엄마 이야기…바다 건너 인연 맺은 사연

입력 : 2017-03-23 13:00:00 수정 : 2017-03-23 07: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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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 쌍둥이로 태어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한 아기를 위해 두 달간 수양부모 역할 중인 미국의 어느 부부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시카고에 사는 낸시가 생후 9개월 된 도미니크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건 올 1월의 어느날.

기형 쌍둥이로 태어난 도미니크는 등에 다리 두 개를 더 달고 있었다. 원래 쌍둥이로 태어났어야 할 아기지만, 제대로 몸이 분리되지 않아 심장 하나로 두 아기의 생사를 감당하는 상황이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도미니크는 등에 다리 두 개가 더 달린 기형 쌍둥이였다. 사진은 수술 후, 웃음을 되찾은 모습. 아기는 닷새 만에 퇴원했다. 미국 CNN 캡처.


코트디부아르에는 도미니크를 수술할 만큼 의료장비를 갖춘 병원이 없었다.

다행히 불우한 처지의 아기를 돕고, 의학 혜택을 주기 위한 비영리 단체 ‘칠드런스 메디컬 미션 웨스트(Children's Medical Mission West·CMMW)’ 덕분에 도미니크는 일리노이주 북동부 도시 파크 리지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도미니크가 미국에 오더라도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소식을 접한 낸시는 자기가 나설 때라고 판단했다. 도미니크가 수술받을 어린이 병원이 집에서 7마일(약 1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 것도 이유다. CMMW에 연락을 취해 두 달간 수양부모로 지내기로 한 그는 두 입양 자녀도 두고 있었다.

낸시의 결심을 알게 주민들 도움으로 이들 가족 집 지하실은 기저귀를 비롯한 각종 아기 생활용품으로 가득 차게 됐다.

도미니크와 낸시의 가족은 지난달 5일 처음 만났다.

아기 돌보기는 막내 마라(9)의 몫이었다. 그는 엄마를 대신해 도미니크와 놀아주기를 망설이지 않았는데, 얼굴을 맞대고 하루하루 살면서 낸시 가족의 집에 새로운 웃음꽃이 폈다. 도미니크가 왔다는 소식에 이웃이 몰리면서 이들의 집은 마을에서 사람이 끊이지 않는 장소가 됐다.

 
도미니크와 만난 마라(9)는 아기의 보호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미국 CNN 캡처.


수술이 이뤄지기까지 도미니크는 MRI(자기공명영상)와 CT 촬영 등을 비롯해 여러 검사를 거쳤다.

신경외과, 외과, 정형외과, 마취과 전문의 등 50여명으로 구성된 수술팀은 3D 프린터로 도미니크의 척추를 비롯한 체내 상태를 가상으로 만들어 여러 차례 모의 수술까지 진행했다. 그만큼 기생 쌍둥이가 흔치 않은 병이고,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앞선 8일, 6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기생 쌍둥이의 두 다리를 등에서 제거한 뒤 측정한 도미니크의 몸무게는 약 1kg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도미니크의 모습. 미국 CNN 캡처.


다만 도미니크의 척추는 그대로 두 개로 알려졌다. 각각 얽힌 신경이 다른 탓에 섣불리 제거할 수 없어서다. 의료진은 앞으로 도미니크의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당장 추가수술은 없을 거라는 게 의료진의 전망이다.

도미니크는 우려를 씻어내고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회복했다. 수술 다음날 앉았고, 닷새 만에 퇴원한 체력 앞에 의료진도 깜짝 놀랄 정도다.

수술을 집도한 루지 박사는 “보통 아이와 다른 출생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도미니크를 계속 지켜볼 예정”이라며 “수술은 잘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전 우리에게 100개가 넘는 걱정거리가 있었다”며 “지금은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만난 낸시와 도미니크. 미국 CNN 캡처.
수술 전, 도미니크를 살펴보는 루지 박사. 미국 CNN 캡처.


오는 4월 중순까지 도미니크를 보살필 낸시의 가족은 하루빨리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아기의 친부모와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아기 사진과 낸시 가족의 편지 등은 CMMW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어로 번역된 뒤, 바다 건너 도미니크 친부모에게 전달된다.

낸시 가족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도미니크는 앞니 두 개가 생겼다. 태어나 처음으로 눈도 봤다. 앞으로도 계속 경험할 ‘처음’이 아기에게 좋은 추억이 되기를 낸시는 바라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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