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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 시동 꺼져도 제어 가능… 편의·안전 ‘두 토끼’ 잡다

입력 : 2017-03-21 20:44:36 수정 : 2017-03-21 20: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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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④ 현대모비스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지난 8일 충북 청주시의 한 주택가에 세워둔 5t 이삿짐 화물차가 비탈길 아래로 굴러 차 밖에서 대화하던 운전자가 숨졌다. 운전자는 뒤로 구르던 화물차를 멈춰 세우려 손으로 밀었지만 뒤편 차량과 사이에 끼여 변을 당했다. 경찰은 화물차의 주차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런 뉴스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포털에 ‘주차 브레이크’와 ‘사고’란 키워드만 넣어도 ‘참변’ ‘날벼락’ 등 제목으로 7000건 이상 검색된다. 주 제동 장치인 브레이크가 파열된 사고도 잊을 만하면 접한다. 관광버스가 언덕 아래로 굴렀다든가 주택가로 돌진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다.

차가 스스로 주행하고 전기와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미래차가 성큼 눈앞에 다가온 지금도 이런 뉴스는 현재진행형이다. 가고 턴하고 서는 것은 자동차의 기본. 첨단 기능은 둘째로 하고 이런 후진적인 사고는 언제쯤 자취를 감추게 될까. 그 답을 현대모비스에서 찾았다.


◆‘편의’로 시작, ‘안전’을 잡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마북동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이 회사가 개발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Electronic Parking Brake)를 적용한 차량으로 여러 상황을 가정한 긴급 제동을 체험했다. 먼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말을 듣지 않는 상황. 오일, 패드 등을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후드드드득.’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 속력을 올린 뒤 기어 박스의 EPB 버튼을 들어 올리자, 요란한 작동 경고음과 함께 급제동하더니 ABS(잠김방지제동장치)까지 작동하며 멈춰섰다. 현대모비스 EPB 설계팀 김재현 연구원은 “현행 법규상 시속 30㎞ 속도에서 제동거리는 26m 안쪽이어야 한다”며 “이 제품은 18m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상황도 만들었다. 이땐 브레이크 페달과 핸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역시 EPB 버튼 조작만으로 차가 스핀(회전)하는 일 없이 반듯하게 멈춰섰다. 현대모비스는 EPB 시스템에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전자식 차체 자세제어장치)를 연계해 차가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 EPB 설계팀 박인욱 책임연구원은 “영화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드리프트(차량을 미끄러트려 코너를 돌아나가는 고난도 테크닉)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EPB를 적용하면 그런 장면을 만들기는 곤란하다”고 웃었다.

똑똑함도 갖췄다. 운전자가 깜빡하고 기어를 D나 N에 놓고 하차하는 경우가 있다. 이땐 안전벨트를 풀고 차문을 여는 행위가 수반되는데 차가 이를 인식해 EPB를 작동한다. 오토홀드(AVH) 기능도 마찬가지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차 구간에서 사용하면 EPB가 개입해 운전 피로를 줄일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안전벨트를 풀거나 차문이 열리면 EPB가 해제되지 않고 경고음으로 알린다.

결국 현대모비스 EPB는 위기 상황의 긴급 제동을 넘어 ‘운전자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 한’ 차는 일절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개념으로 진화했다. 박 책임은 “강한 힘으로 차를 끌거나 밀어도 타이어가 바닥에 쓸려 깎일지언정 돌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초 EPB는 ‘편의’ 목적으로 개발됐는데, 이를 넘어 ‘안전’이란 토끼까지 잡은 것이다.


◆‘더 작고 강력한’ 2세대 EPB 개발

현대모비스는 2011년 독자개발한 EPB를 기아 K7에 처음 적용한 이래 신형 i30 등 19개 차종에 공급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중소형, 프리미엄, SUV 등 전 승용 차량과 대형 SUV부터 픽업트럭에 이르는 전 상용 차종까지 아우르는 ‘EPB 풀 라인업’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의미가 깊은 성과 중 하나가 작년 말 ‘2세대 캘리퍼 일체형 EPB’ 개발이다. 2009년 EPB 개발에 착수한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선도 업체의 기술력을 따라잡은 것이다. 박 책임은 “지금까지 EPB 개발이 ‘캐치 업’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점프 업’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세대 제품은 기존 제품의 작동부 구조를 혁신, ‘더 작고 강력한’ EPB로 탄생했다. 액추에이터(모터&기어) 크기는 시장점유율 1위인 글로벌 경쟁사의 72%로 줄였고, 에너지 효율(힘/소모전류)은 1.3배 늘려 중형차는 물론 무거운 고급 대형차, SUV까지 적용할 수 있는 상품성을 갖췄다. 게다가 기존 케이블타입 EPB와 비교하면 3㎏의 경량화를 이뤘다. 박 책임은 “1.5t 차량을 기준으로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3.5%, 가속 성능은 8.5% 향상된다”면서 “연비경쟁 시대에는 100g 단위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특히 구동력이 전달되는 차체 하부 부품, 즉 섀시의 경량화는 차량 기동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EPB 시장은 유럽을 기준으로 2010년 1400만대에서 2015년 170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2015∼19년엔 연평균 9%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천재승 EPB 설계팀장은 “EPB는 2001년 처음 소개된 기술”이라며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전자식 시스템이어서 무인차, BBW(Brake By Wire)의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우디폭스바겐, 볼보 등 유럽 일부 브랜드는 안전을 위해 EPB 옵션을 기본 적용한다”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인=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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