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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시대가 보인다… 우리를 울리고 웃긴 '꿈새김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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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1 11:00:00 수정 : 2017-03-20 23: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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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입니다.” 서울시가 서울광장 앞 서울도서관 외벽에 새 대형 글판(꿈새김판)을 달았다. 최근 몇달간 탄핵 정국을 겪으며 지쳤던 시민들에게 활기찬 새 시작을 알리는 듯한 문구가 인상적이다. 4년간 서울광장을 지킨 꿈새김판은 감성적인 글귀로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하거나 어려운 시국에는 시대상(相)을 담는 문구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했다. ‘서울광장을 보면 시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는 시민 공모를 통해 송미희씨의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입니다’를 새 꿈새김판 문구로 선정하고, 서울도서관 외벽에 게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새 꿈새김판은 여름이 전까지 걸려있을 예정이다. 

꿈새김판은 서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13년 6월부터 운영됐다. 문구는 시민 공모를 통해 20자 이내의 순수 창작품을 선정한다. 이번 공모는 ‘새롭게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주제로 총 973건이 접수됐으며, 시인과 교수, 광고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문안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

위원회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첫날이라는 발상이 신선하다. 밝고 힘찬 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며 “이제 막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시대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 우리 사회에 주는 응원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연수(27·여)씨는 “몇달 동안 정치 상황이 우울했지만 이런 과거와는 작별하고, 앞으로는 다 잘 될 것이라 말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번 꿈새김판은 14번째 작품이다. 첫 꿈새김판은 2013년 6∼9월 걸렸던 “잊지마세요, 당신도 누군가의 영웅입니다”였다. 이어 “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 “눈길 걷다보면 꽃길 열릴거야”, “보이니, 네 안의 눈부심”, “너라는 그늘에 들어서니 나는 바람이 되고” 등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감성적인 문구들이 연이어 걸리며 화제가 됐다. 

시대상도 반영됐다. 4번째 꿈새김판인 “보고싶다, 오늘은 꼭 먼저 연락할게”는 게시 후 보름 정도 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문구를 보고 가족·지인의 소중함을 떠올렸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서울광장에 세월호 분향소가 설치되면서 꿈새김판 자리에는 “미안합니다. 세월호 실종자분들의 무사귀환과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빕니다” 등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구가 게시됐다. 그해 말 다시 돌아온 꿈새김판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시민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취지에서 “토닥토닥”이란 문구가 담겼다.

이밖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했던 2015년 6∼7월에는 “메르스 극복을 위해 시민의 힘을 모아주세요”란 문구가,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해 말에는 시국을 견디는 시민들을 위로하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가수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의 가사)가 걸렸다.

매년 2월 말에는 3·1절을 맞아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는 내용의 꿈새김판이 걸리기도 한다. 2015년에는 유관순 열사의 사진과 유언이, 작년과 올해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담긴 꿈새김판이 게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 공모 중 선택하다보니 국민 정서가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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