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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막말 틸러슨, 악수 딴청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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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1 00:57:57 수정 : 2017-04-11 16: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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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 방문 중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찬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초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일본과 중국에서는 회담 후에 만찬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일정이 없었다. 이게 미국의 ‘의도’인지, 한국의 ‘실수’인지를 두고 논란이 된 상황에서 한국의 잘못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각에선 틸러슨 국무장관이 외교 관례를 무시했다면서 그의 ‘막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만찬이 없는 것에 대해) 대외적으로 좋아보이지 않을 것 같아 ‘(내가) 피곤해서 만찬을 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내놓았다”고 밝히는 등 정부 입장을 추정해 사실처럼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만찬과 관련해 성명을 낸 적 없다. 외교부는 억울함을 내비쳤다.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다. 다만 틸러슨 장관이 정부 입장을 추정해 밝혔다고 그의 탓만 할 것인가. 미국 측 의도로 만찬이 없었다는 게 확인된다고 항의할 수 있을까.

정재영 국제부 차장
오히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한 점이 고무적이다. 물론 우려스럽다. 그의 발언처럼, 미국이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an important partner)인 한국보다 ‘가장 중요한 동맹국’(our most important ally)인 일본을 우선하는 정책을 대놓고 펼 것 같아서다. 이에 대한 외교부 설명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미·일과 한·미 관계에서의 불균형이 없다고 밝힌 전체 맥락에서 두 용어의 차이에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틸러슨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추정’한 것일 뿐이다.

어쩌면 틸러슨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너무나 솔직한 ‘시그널’을 보낸 것일 수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현재 제자리에 있지 않다”고 언급,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이 역시 통상의 외교 관계에 어긋난 것일 수 있지만, 이런 신호를 통해 미국의 인식 변화를 되짚고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개월 동안 갈등을 줄이며 세계 질서를 아우르고 싶어하던 ‘큰형’의 이미지가 사라졌다. 한때 허무맹랑한 일로 치부되던 공약들은 차츰 현실이 되고 있다. 일자리를 자국민에 되돌리겠다면서 갖가지 이민자 봉쇄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5월에 우리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미 관계가 이전처럼 굳건해질까. 그런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울하다. 사실 양국 관계에 이상 기류가 없었다면 국무장관과의 만찬 여부가 그리 큰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도 같다.

이 시점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백악관에서 사진기자들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무시당한 게 자꾸 떠오른다. 두 사람은 이민자 문제만 놓고 봐도 생각이 너무 다르다. 백악관은 이 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 요청을 듣지 못했다고 본다”고 ‘쿨하게’ 밝혔지만, 외신들은 두 정상의 냉랭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새 대통령과 어떤 악수를 할까 궁금하고, 걱정된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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