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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대여소 갔는데 '대여불가'…'자출족' 울리는 따릉이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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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9 19:42:44 수정 : 2017-03-19 19: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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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2)씨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다. 그는 몇달전부터 은평구에 있는 집에서 직장이 있는 서대문구까지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무인 대여시스템 ‘따릉이’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지난 17일 아침에도 이씨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위해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 따릉이 대여소로 갔으나 시스템 오류로 자전거를 빌릴 수 없었다. 안내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상담원 연결도 되지 않았다. 한참을 자전거와 씨름하던 그는 결국 길을 되돌아가 버스를 타고 출근했고, 대여소를 오가는 시간을 버려 10분 정도 지각을 했다. 이씨는 “알고보니 그날 아침에 나 뿐만 아니라 전체 시스템 장애가 있었다. 장애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집에서 따릉이 대여소로 가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타고 출근했을 것”이라며 “아침에 따릉이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문자 공지조차 안돼 황당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면서 따릉이를 확대하고 있으나 시스템 장애 안내나 환불 절차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출근 시간대에 대여가 전면 중단됐으나 공지가 부족해 많은 이들이 출근 시간에 불편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10시 사이에 따릉이 대여 시스템이 전면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벽에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했는데 작업 후 상용솔루션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안했다. 대여시스템의 대여정보 암호처리 문제로 10시까지 대여가 안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장애 사실을 이날 새벽 따릉이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 공지하고, 일부 대여소에 장애 안내문을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릉이 홈페이지 ‘시민의견수렴’ 게시판에 올라온 17일 대여 장애 관련 불만글들.
그러나 문제는 따릉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홈페이지나 앱을 보지 않고 일단 대여소로 간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많은 이들이 아침에 따릉이를 빌리러 대여소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날 오전에는 문의전화도 제대로 연결이 안돼 많은 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대여를 시도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릉이 홈페이지의 ‘시민의견’ 란에는 이날 대여 장애로 출근길 불편을 겪었다며 장애시 미리 공지해달라는 불만글이 줄을 잇고있다. 아이디 ‘ba******’를 쓰는 이용자는 “출근시간에 대여불가를 알게 돼 낭패였다. 대여소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가느라 20분을 허비하고 지각까지 했다”며 “대여불가시 정기권 회원에게 알림이나 문자서비스를 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86****’도 “따릉이를 레저용이 아닌 출퇴근 보조용으로 소개하고 있는만큼 출퇴근 시간 고장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안내만 할 게 아니라 정기권 이용자에게 문자 등으로 안내돼야하는게 아니냐”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회원수가 20만명이 넘는데 다 문자를 보내기는 어렵다. 장애 안내가 필요한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 않느냐”며 “20만명에게 한번에 문자가 발송하면 오류로 문자가 안 갈 수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평소 따릉이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진우(37)씨는 “따릉이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문자를 받아서 느낄 불편함보다는, 아침에 공지를 못보고 대여소까지 간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이 더 큰 것 아니냐”며 “이용자들을 생각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이같은 시스템 장애로 이용을 못했을 경우 정기권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방침이지만, 보상은 시에 연락해서 피해를 입었다고 항의를 한 이들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장애 관련 공지사항이 장애가 복구되면 모두 지워진다는 것도 문제다. 이용자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장애가 발생했고, 언제부터 복구가 됐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정기권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전체 시스템 오류인지조차 알 수 없다. 김모(23·여)씨는 “출근 후 내 정기권에만 문제가 있는 것인 줄 알고 몇차례나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연결이 안됐다”며 “시민의견란을 보니 장애가 있었다는 글이 많아서 그제서야 전체 시스템 오류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지사항에 장애 관련 내용이 계속 남아있었다면 여러차례 전화하는 헛수고도 안했을 것”이라며 “장애나 환불과 관련한 이용자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따릉이는 지난 2015년 9월 도입됐으며, 지난달 말 기준 회원 수는 22만명에 달한다. 현재 종로구와 중구, 마포구 등 11개 구에서 446개의 대여소가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운영 구를 25개 전 자치구로 늘리고, 대여소도 840곳 이상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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