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형주칼럼] ‘기초체력’ 다져 변화의 물결 넘어라

관련이슈 박형주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3-19 22:06:39 수정 : 2017-04-11 16:37: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수학의 노벨상’ 프랑스가 세계2위
생각의 힘 키우는 교육 200년 지속
수학·코딩교육 상호 시너지 내야
모든 과정 자기 생각 기록 습관을
얼마 전 프랑스 수학자 여럿을 만났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에서 프랑스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 동력이 화제가 됐다. 그 답으로는 나폴레옹 이후로 지속해 온 프랑스 교육체제에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프랑스에선 수학과 철학을 중심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는 기초체력 중심의 교육제도가 20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반면 우수한 학생에게 가르치는 수학 수준은 직업 수학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높다.

내친김에 또 물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파고가 닥쳐온다는데 기존의 교육제도가 여전히 유효한가. 이 표현을 처음 들어본다는 대답도 있었고, 아직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표현이 아닐뿐더러 실체가 불분명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상세계와 실물세계 연결의 가속화와 이로 인한 제조 생산성의 폭증이 일상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시기일수록 지식전수보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기초체력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도 의견이 같았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석좌교수
청년실업과 일자리 전반의 문제에 대한 우려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변화의 흐름에 사회적 관심이 높다. 지금의 교육 방식이 아이들을 변화에 준비시키고 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기존 기술과 지식체계가 빠르게 새로운 것으로 대치되는 시대에는 많이 가르쳐도 금방 버려야 할 낡은 지식이 돼버린다. 그러니 학교는 지식전수기관이 아니라 ‘필요할 때 배우는 법’을 가르치는 학습법 전수기관으로 간주해야 한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기초체력 단련소’라고 할까.

이런 가운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코딩 교육이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의무화된다. 하지만 최근 코딩 사교육 열풍이 대변하는 접근 방식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래밍 자체는 알고리즘을 번역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기계학습으로 빠르게 자동화될 영역이고, 보통의 아이들이 숙련할 필요가 있는가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니 묻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앱을 잘 만드는 소프트 스킬을 가르치는 것에 만족하면 될까. 먼저 아이가 무슨 앱을 만들고 싶은지, 왜 그 앱을 만들고 싶은지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그냥 ‘멋있어 보여서요’도 좋을 것이고,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들고 싶어서’ 같은 설명도 근사할 것이다.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신이 만들려는 앱이 다른 사람이 만드는 앱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친구와 교사를 납득시키게 해야 한다.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일 테니 함께 앱을 만들 팀을 구성하게 하고 팀원 각자가 어떤 역할을 나눠 협업할지를 정하게 한 뒤에야 실제로 앱을 디자인하고, 프로그램을 하게 한다. 만든 앱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지 전략까지 짜고 나서 최종 결과물과 마케팅 전략까지 발표하면 책거리를 할 만하다. 코딩교육이 이런 종합적인 과정을 전략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 스킬을 길러내는 목표를 갖는다면 수학교육과 코딩교육이 상호 시너지를 내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모든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수학 문제도 풀이의 과정을 기록하면 그게 생각의 기록이다. 선다형 문제에 답만 적는 건 피해야 한다. 기록해둔 풀이를 몇 달 뒤에 다시 보면 논리의 허점도 보이고, 한 줄이면 충분했을 내용을 중언부언 기록한 것도 보인다. 이게 보이면 그 사이에 성장한 것이다. 깔끔하게 다시 답을 적어나가면 훨씬 보기 좋은 아름다운 증명에 가까워짐을 느낄 것이다. 수학 증명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이런 방식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원래 수학은 우아함의 추구와 인류 문제의 해결이라는 양면성을 가지며 발전해 왔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석좌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