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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 지인에게 최근 생긴 취미를 말하자 돌아온 반응이다. 요즘 쉬는 날이면 서울 곳곳의 인형뽑기방에 ‘원정’을 가곤 하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좋은 건 나누라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굳이 권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형뽑기를 ‘인생(돈)의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래서 그걸로 뭐할 거냐”는 거다.
한번은 ‘전리품’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동료기자들로부터 “철부지도 아니고 그 나이 먹고 뭐하냐”, “그 돈으로 여자나 만나라”는 덕담(?)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말이면 꿋꿋이 지폐 몇장을 주머니에 챙겨서 집을 나서고 있다.
요즘 여러 뽑기방을 돌아다니면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40∼50대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은 물론 홀로 온 이들도 상당했다.
전국의 ‘노른자위’에 뽑기방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것엔 이처럼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이 한몫하고 있다. 떠올려보면 어린시절 동네 만화방 앞 인형뽑기를 늦은밤까지 붙잡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 인형뽑기를 그저 ‘인생의 낭비’ 혹은 ‘철부지들의 놀이’로 치부하기 꺼려지는 건 이 때문이다.
이창수 사회부 기자 |
어젯밤 찾은 뽑기방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따가운 눈총에도 뽑기 열풍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에 변변한 위로나 성취감을 얻을 곳이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뽑고 있는 것은 이름 모를 인형, 그 하나만이 아닌 것이다.
이창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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