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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중국] "이들은 조롱과 비난이 아닌 격려와 응원이 필요해요"

입력 : 2017-03-16 10:18:23 수정 : 2017-03-16 10: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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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한 남자가 있었다.

온라인 채팅에서 알게 된 여자와 친구로 지낸 끝에 결혼했다. 열렬히 사랑했다. 그는 상대가 자신의 평생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도 결혼해달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커플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여자의 코가 거의 짓뭉개져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충칭 모닝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쓰촨(四川) 성 광안(廣安)의 웨츠(岳池) 현에 사는 류 저우창(23)과 쑤 친친(21)은 축복만 받아도 모자랄 신혼생활에서 자신들을 보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유는 친친의 코가 짓뭉개져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중국 쓰촨(四川) 성 광안(廣安)의 웨츠(岳池) 현에 사는 류 저우창(23·오른쪽)과 쑤 친친(21·왼쪽) 부부. 중국 충칭 모닝포스트 캡처.


친친은 태어난 지 29일이 됐을 무렵, 쥐에게 코를 물어뜯기는 사고를 당했다. 다섯 자녀를 둔 친친의 엄마는 아이들을 두고 밭일을 나갔는데, 그가 집을 비운 사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쥐가 힘없는 아기의 코를 물어뜯었다.

친친의 엄마는 2시간 후쯤 집에서 달려온 큰 아이의 말을 듣고 황급히 돌아갔다가 코에서 피를 흘린 채 울고 있는 막내딸을 발견했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목숨을 건지기는 했으나, 코와 눈 주변 피부 일부가 심각히 망가진 상태였다.

아이들의 놀림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친친은 17세 때 고향을 떠나 광저우로 향했다.

광저우의 한 옷가게 직원으로 들어갔지만 조롱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1년 후 친친은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18세 때 친친은 주민의 소개로 만난 8살 연상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싸울 때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친친의 외모를 비난했고, 두 사람은 2년 후 이혼했다.

 
 


이때부터 친친은 집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싸늘한 시선과 조롱으로 가득 찬 바깥세상에서 자기가 발붙일 곳이 없다고 여겼다. 그와 외부를 이어주는 연결로는 인터넷뿐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친친의 인생을 바꿀 줄 누가 알았을까.

지난 1월7일, 중국 메신저 QQ에서 친친은 한 남자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것처럼 쉴 새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들의 온라인 만남은 약 한 달 동안 이어졌다.

모니터 너머의 저우창은 친친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는 자기에게 코가 없다면서 누구도 만나지 않을 거라는 친친을 달랬다. 저우창은 “난 준비됐어요”라며 “괜찮아요”라고 친친을 설득했다.

2월10일에 친친을 만난 저우창은 친친의 인성에 반해 그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우창은 다음날 여동생을 데리고 또다시 친친을 찾아갔다. 결혼을 염두에 둔 만큼 친친에게 동생이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외모에 실망한 저우창의 여동생은 그가 오빠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고,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저우창의 어머니는 충칭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친친과의 결혼을) 포기하기를 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과거 친친이 얼마나 모진 세월을 보내왔으며, 자기가 모든 짐을 짊어지겠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우창의 부모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다.

 
 
 


QQ에서 만난 지 46일 만인 2월21일. 저우창과 친친은 부부가 됐다.

충칭 모닝포스트는 “두 사람의 결혼은 절대 쉽지 않았다”며 “이들에게는 조롱과 비난이 아닌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대중의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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