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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종칼럼] 탄핵에서 정치선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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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2 21:15:33 수정 : 2017-04-11 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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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최순실 국정농단’
대한민국 비싼 대가 치르게 해
정치권, 갈등 끝내고 통합 이끌어
경제·안보 위기 잘 헤쳐 나가야
헌정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시간을 되돌려 차분히 복기해보려 해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벅찬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짧게는 5개월 길게는 8개월 동안 정치권, 언론, 우리의 일상을 뒤덮은 이 블랙홀 같은 사태로 대한민국의 내치는 ‘미니멀리즘’(최소주의)에 서버렸고, 외치는 ‘코리아 패싱’(한국배제)에 수모를 겪어야 했다. 비싼 대가를 치른 이 사태에서 우리는 어떤 과제를 받아 쥐게 되었나. 핵심 당사자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통령과 청와대의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녕과 복리를 위해 섬기는 자리이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주권재민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자신의 언행에 대해, 또는 선택한 정책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며,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하는 문제를 넘어서 보다 기본적인 민주주의 운영원칙에 관한 것이다. 대통령직의 책무성을 강화하려면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된 권한을 부처들로 대폭 내려줘야 한다. 그래야 내각이나 사정기관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 대통령 개인의 성격이나 리더십 스타일과 상관없이 참모들과 토론하고, 정치인들과 자주 대화하고, 민심에 귀 기울여서 스스로 정치선진화에 앞장서는 대통령이 되게끔 대통령직을 둘러싼 운용제도를 개선하자.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특히 정치권의 선진화가 절실하다. 정치권은 당파적 이익만 쫓고 타협보다는 투쟁을 앞세운 결과 국민에게는 대안이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헌법재판소로 결정을 떠넘기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는 이해관계와 가치가 다른 집단을 대변해 다름과 다툼을 조정하고 타협 내지는 제3의 대안을 마련하는 기술이다. 정당이 타협하지 못하고 국회의원이 툭하면 장외투쟁이라고 길거리로 나서게 되면 사회갈등과 국론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사태와 수도 이전 문제도 정치권에서 슬기롭게 해결했다면 국정마비와 국론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

시민사회도 성찰을 통해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100만명이 넘는 ‘촛불집회’가 매주 평화롭게 진행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막판에 태극기집회가 세를 더하면서 양측이 충돌할까봐 모두 걱정했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 민주사회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편 낮에는 ‘태극기’, 밤에는 ‘촛불’이라는 우리 광장의 모습은 분열된 시민사회를 방증한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이념, 계층, 세대로 분열되면서 심한 갈등을 보였다. 정치지도자들은 연일 국민통합을 외치지만 본인들을 지지하는 국민만 보인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론과정을 통해 공유되는 가치와 목표를 찾아야 한다. 포용적인 공동체를 만들어야 사회개혁에 동력이 생긴다. 촛불이든, 태극기든 나라 잘 되라고 길거리로 나선 만큼 분열의 적개심을 내려놓고 통합의 길로 나서자.

무엇보다 대통령, 정치권, 언론, 국민 모두 법의 지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크고 작은 위법행위를 보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권력남용과 관련자들의 국회청문회에서 위증만이 아니다. 일부 언론매체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거나 위법적 보도도 일삼았다. 권력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언론의 역할은 실로 귀한 것이지만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정보의 홍수는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헌재의 결정에 여론몰이로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41%의 국민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세우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설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의 당사자들과 국민 모두 이번만큼은 반드시 교훈을 얻어 정치선진화를 이룩하자. 그리하여 경제와 안보에서 우리에게 덮쳐오고 있는 쓰나미를 헤쳐 나아가자.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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