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58점' 서기자의 살과의 전쟁] (3회) 진짜 식사의 즐거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3-12 10:47:42 수정 : 2017-07-31 13:55:3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라는 표현을 아시는지?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 있을 때 부탁과 함께 붙이는 인터넷 관용구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허락해주세요”라는 식으로 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표현일뿐인 이 문구가 뚱뚱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 현기증이라는 것을 자주 느껴봤기 때문이다.

원래 이 문구의 원본은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끊여 주세요”다. 한 TV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가 다이어트를 위해 굶다가 이를 견디지못하고 내뱉는 말에서 유래했다. 굳이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라도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부득이하게 굶을 때가 있다. 아침은 출근시간에 쫓겨 거르고, 점심은 일이 바빠 거르고나면 저녁이 오기 전 반드시 이 ‘현기증’이 온다. 머리가 찌르는 듯이 아프고, 전신이 나른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 그러고나면 온통 음식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는 것이다. 결국, 허겁지겁 음식을 찾고, 허겁지겁 먹게 된다. 그것도 많이 먹는다. 뚱뚱한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폭식’의 장면이다. 나 역시 종종 이 현기증 이후의 폭식을 하곤 했다. 그리고 후회를 했다. 다이어트를 실패로 몰아가는 익숙한 공식이었다.

트레이너를 통해 이 현기증의 정체를 알게 됐다. 바로 ‘케톤’이라는 놈이 범인이었다. 우리 몸에 적당한 열량이 투입되지 않을 경우 생존을 위해 지방을 ‘케톤’이라는 물질로 바꿔 에너지원으로 삼는다고 한다. 몸의 한구석에 오랫동안 쌓였던 지방이 원재료인 물질이니 당연히 고급에너지원은 못된다. 케톤이 에너지원으로 쓰일 때 현기증과 무기력증이 우리 몸을 엄습한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치도록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간 해왔던 나의 폭식은 내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몸 한구석에서 만들어진 지방찌꺼기에 조종 당해왔던 것. 지방찌꺼기에 지배당하는 신세라니 생각해보니 참 한심하다. 마치 노예처럼 지방찌꺼기가 ‘현기증’이라는 수단을 통해 핍박하면 순순히 몸에 음식을 밀어넣었던 것이다. 그것을 음식을 먹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는 이 지방찌꺼기의 노예 신세에서 벗어나야 했다.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이번 다이어트 프로젝트의 목표 아닌가. 먹는 것도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첫걸음은 역설적이게도 ‘절대 굶지 않기’다. 일단 아침을 꼭 챙겨 먹기로 했다.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서 간단하게라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챙겨 먹는 것은 아니다. 밥통에 있는 밥 조금과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이 전부. 하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다. 30분 동안의 아침식사만으로 하루 전체의 식사 습관이 제어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단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고나니 점심에 폭식하는 일이 사라졌다. 간식도 의식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됐다. 아침을 거르고 다녔을 때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몸이 더 이상 아우성을 치지 않으니 내 의지대로 먹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다이어트를 위해 하루에 한끼 이상은 샐러드를 먹는다. 이 역시 별로 대단하지 않은 식사다. 양상추 약간에 에너지보충을 위한 바나나 1개, 단백질을 채워줄 삶은 달걀 2개가 내용물의 전부다. 그런데 놀랍게도 맛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으니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심지어 배도 부르다. ‘아. 이런 식사도 즐거울 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지로 하는 식사의 즐거움이란 상상 이상이었다.

다만, 한가지 걱정은 있었다. 이렇게 조금 먹고도 운동을 할 수 있을까? 3주에 접어든 다이어트 운동은 이제 조금씩 강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근육운동이 포함되고 횟수도 많아졌다. 매주 운동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데드리프트는 이제 쉽게 들기 힘든 무게의 아령을 이용한다. 노젓기 같은 기구를 이용한 운동도 시작했다. 양옆에 놓인 고깔을 건드리며 쉬지않고 움직이는 사이드스텝을 할 때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정도 식사만으로 충분히 운동이 가능했다. 지금 먹고 있는 식사량으로도 내 몸을 움직이고 운동까지 하는 데에 충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은 몸의 아우성에 못 이겨 필요없는 영양을 저장해왔을 뿐 진짜 필요한 양은 그리 많지 않았던 셈이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이제는 진짜 식사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필요한 만큼만 먹고,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식사. 그런 식사가 정말 즐겁다는 것을 새삼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또 다른 건강함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럼 조금 더 날씬해진 몸으로 다음주에 뵙기를 바라며.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윤현용 트레이너의 다이어트 이야기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시 탄수화물은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래서 탄수화물이 함유된 음식을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로 만들어진 잘못된 다이어트상식입니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모든 탄수화물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 탄수화물의 섭취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양질의 탄수화물 섭취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섭취 후 혈당을 올리는 속도, 즉 혈당지수(GI)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설탕, 과당,밀가루와 같은 탄수화물은 섭취 후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시켜 체내에 지방을 축적시킵니다. 이에 반해 고구마,현미와 같이 정제되지 않고 식이섬유가 많은 탄수화물은 섭취 후 소화 흡수가 느려 세포 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슐린저항성과 같은 대사성증후군과 가짜 배고픔을 유발하는 탄수화물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GI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해야합니다. 

윤현용(센터원 웰니스 휘트니스센터 트레이너)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