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라호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따뜻한 햇볕이 내려앉았다. 어린아이와 아낙 그리고 노인들이 인도 전통 샤리를 입고 골목길에 나란히 앉아 지나는 관광객에 익숙한 듯 엷은 미소를 띠며 지나는 길손들을 반기고 있었다. 어느 젊은 엄마와 딸 아이는 표정없이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관광객이 가까이 오자 아이를 떠밀었다. 아이는 ‘기브 미 루삐’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우르르 떼지어 그 길이 끝날 때까지 ‘루삐’를 외쳐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시골마을 길 끝자락 공동 우물가에 빨래하는 아낙의 모습은 흡사 우리나라 1960∼70년대 시골 모습 같았다. 길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이발하는 모습 또한 진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델리로 돌아와 필요한 책을 사려고 일행과 잠시 떨어져 지하철을 타게 되었을 때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하철 역사를 내려가기 전 공항 검색대처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여성 한 줄 서기, 남성 한 줄 서기로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모두 검사하고 있었고 기다리는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검색대를 겨우 거쳐 지하철 승강장에 갔을 때 인파는 인산인해였다. 만원인 전동차에서 내려 릭샤(자전거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사고 다시 일행이 있는 곳까지 돌아갈 일이 꿈만 같았다.
인도는 삶의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도 얼굴에 묻어나는 넉넉함이 다시 한번 인도를 찾게 하는 무기인 듯싶다. 인도여행은 자신의 윤택함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으로부터 여유롭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한다.
뉴델리=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