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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웃음과 사랑… 절망 속에 핀 희망가

입력 : 2017-03-09 21:27:41 수정 : 2017-03-09 2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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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스 감독 애니메이션 ‘내 이름은 꾸제트’ ‘내 이름은 꾸제트’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일깨우는, ‘마력’을 발휘하는 영화다.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관객의 마음을 평온케 한다. 여기에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완성도 높은 작품성, 깊이 있는 메시지가 여운을 더한다.

클로드 바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내 이름은 꾸제트’는 ‘어른들을 위한 충분히 성숙한 애니메이션’(버라이어티), ‘프랑수아 트뤼포가 뿌듯해 할 작품’(인디와이어), ‘뛰어난 통찰력의 재치있는 애니메이션’(리틀 화이트 라이즈) 등 세계 주요 매체들의 극찬이 결코 호들갑이 아니었음을 알게 한다. 

‘내 이름은 꾸제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하루하루 사랑을 배워나가는 아홉 살 소년 꾸제트와 보육원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따뜻한 웃음과 감동,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연한 사고로 엄마를 잃은 뒤 경찰관 레이몽 아저씨의 안내로 퐁텐보육원에 보금자리를 얻게 된 아홉 살 꾸제트. 본래 이름은 이카르지만 엄마가 애칭으로 지어준 꾸제트로 불리길 좋아하는 소년이다. 낯선 곳에서 각각 비밀스러운 사연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항상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어 위안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보육원에 새로 온 까미유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꾸제트는 레이몽 아저씨와 보육원의 자칭 대장 시몽, 신참 까미유, 그리고 알리스, 주주베, 아메드 등 친구들과 함께 우정을 나누고 추억을 쌓아가며 하루하루 사랑을 배워 나간다.

질 파리의 소설 ‘꾸제트의 자서전’이 원작이다. 원작은 어린 꾸제트를 통해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지만, 바라스 감독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함께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온가족용 영화로 만들었다.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행복과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제작진은 원작의 삶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중심에 놓고, 등장 캐릭터들의 유머와 감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꾸제트는 아빠를 슈퍼맨으로 그려 넣어 만든 연을 띄운다. 하늘나라 어디쯤 있을 법한 아빠와의 연결이자, 아빠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다. 주정뱅이 엄마가 남긴 빈 맥주캔 또한 귀히 간직한다. 엄마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레이몽 아저씨의 차를 타고 퐁텐 보육원으로 가는 길에 꾸제트는 차창을 열고 슈퍼맨 아빠 연을 날린다. 운전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레이몽 아저씨는 경광등을 달고 사이렌을 울리며 속도를 높여준다. 혼자가 된 꾸제트의 외로운 상황을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대목이다.

보육원 식구 전체가 스키장을 찾은 날, 꾸제트와 친구들은 함박눈이 만들어놓은 온통 하얀 세상을 눈썰매로 누비면서 어느새 한마음이 된 자신들을 발견한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상처를 보듬어 우정을 나누는 장면은 관객의 어린 시절 먼 기억을 끄집어 내며 감동을 안긴다. “우리 평생 이렇게 같이 살자”는 말이 애틋하게 들린다.

사랑하는 마음을 종이배에 담아서 까미유에게 전하는 꾸제트의 로맨틱한 모습도 손꼽을 만하다. 항상 까미유를 지켜보면서 사랑을 키워온 꾸제트는 아껴왔던 엄마의 유품으로 선물을 만들고, 잠들어 있는 까미유에게 몰래 뽀뽀한다. 첫사랑에 빠진 꾸제트의 귀여운 모습을 줌인으로 잡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명장면이다.

영화의 설득력은 각 캐릭터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낸 ‘감정’에서 나온다. 캐릭터의 작은 제스처, 눈썹의 움직임, 얼굴 근육의 변화 등 미세한 부분들 모두 감정을 표출한다. 특히 눈빛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커다란 눈은 세상을 보고 느끼고 공감하는 창이자 마음이다. 눈은 눈동자를 따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고, 반짝이는 소재를 사용해 다양한 감정 변화를 눈빛에 담아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과거의 상처보다는 앞으로의 밝은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한 색감과 긍정적 이미지로 캐릭터를 입체화시켰다. 아울러 둥지에서 우는 작은 새, 하늘의 구름, 천둥, 수평선,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 등을 캐릭터의 심리상태에 맞춰 그려냈다. 또 배경화면은 롱 시퀀스로, 감정 표현은 숏 시퀀스로 처리해 객석에서 등장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쉽게 읽히도록 구성했다.

기타, 베이스, 비브라폰 등 부드러운 음악도 조화를 이루며 마치 살아있는 캐릭터와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친근함을 안겨준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이다. 제40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작품상)와 관객상(인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 장편애니메이션부문 노미네이트로도 화제를 모았다. 미국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신선도 100%라는 최고 점수를 매기며 ‘올해의 애니메이션’으로 뽑았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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