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대 타율… 속구 공략 대비 효과
이로써 황재균은 지난달 26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시범경기 1호 홈런을 친 뒤 6경기 만에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이날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황재균의 타율은 0.313(16타수 5안타). 5안타 가운데 장타만 3개(홈런 2개, 2루타 1개)로 KBO리그 시절과 다를 것 없는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브루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은 믿음직한 선수다. 경기감각이 뛰어나다”며 일단 후한 점수를 줬다.
이 같은 평가는 황재균이 MLB 특유의 빠른 공에 대비해 미리 타격폼을 수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MLB에서 이름을 날린 타자들은 대부분 간결하고 부드러운 타격폼을 자랑한다. 강속구와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휘는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타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재균도 2015 시즌 이후 타격 시 레그 킥 동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무릎 방향을 앞쪽으로 옮겼다. 이렇게 되면 방망이를 휘두를 때 하체가 움직이는 시간을 줄여 보다 빠른 타격이 가능하다. 실제로 KBO리그 시절 황재균의 시속 147㎞ 이상 속구 타격시 장타율은 2015 시즌 0.567에서 2016 시즌 0.788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주로 상체만 써서 진행했던 타격을 하체의 힘을 더해 쓸 수 있게 되면서 파워도 훌쩍 늘었다. 황재균의 깜짝 선전은 MLB 맞춤형 타격폼을 미리 익혀간 준비성이 빛을 발한 결과인 셈이다.
최근까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국의 전력 분석원으로 미국에 머물던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황재균이 피칭 머신을 펑펑 쳐내더라.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를 향한 열망이 실력을 키우는 것 같다”며 황재균의 가파른 성장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황재균은 2016 시즌부터 타격 자세를 무릎이 투수 방향으로 향하도록 미세하게 조정했다. 그 덕분에 시범경기서 공을 잘 맞춰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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