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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칼럼] 전통시대 어머니들의 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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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6 00:52:16 수정 : 2017-04-11 15: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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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 / 이항복 어머니, 도덕적 수양 강조 / 이웃·나라사랑 실천 자세 가르쳐 / 옛 인성교육 회복 땐 미래 희망적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300여년이 걸렸던 유럽국가나 150년이 걸린 일본에 비해 반세기도 채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일본에 의한 식민지를 겪었고,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출발해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성취의 배경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두뇌연마가 20세기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훌륭한 인물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고, 한국인의 교육열에는 어머니들의 공로가 컸다. 전통시대 여성 자신은 직접적으로 공식적인 교육의 혜택은 받지 못했어도 자식에 대한 교육의 정성은 대단했다. 특히 조선시대는 지식기반의 사회로서 여성에게도 교육이 실시됐다. 물론 가정 내에 국한된 부덕함양에 치중된 비공식교육이라 할지라도 여성이 지식에 눈을 뜨면 그 호기심과 능력의 범위는 자아의지 개발과 함께 확장되게 마련이다.

이배용 영산대 석좌교수·전 이화여대 총장
내훈(內訓), 여사서(女四書), 우암선생계녀서(尤庵先生戒女書), 사소절(士小節) 등의 여자 교훈서를 보면 대체로 내용이 가정에 여성들이 갖춰야 할 자세를 논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녀교육에 대해 보면 ‘자식을 옳은 일로 가르치고, 악언으로 책망치 말며, 흉을 덮지 말며, 남에게 자랑치 말며, 남과 다투어도 역성들지 말라’ 하며 자녀들을 단정하고 엄격하게 가르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제약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노력에 의해 높은 수준의 지식을 쌓아 올리거나 자녀를 훌륭히 교육시켜 국가에 크게 공헌한 인재를 배출시킨 모범적인 어머니를 역사 속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어머니들의 몇 가지 교훈적인 일화를 소개하면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의 경우, 7남매를 키우며 본인의 예술세계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계발했는데, 대유학자이며 탁월한 정치가로 명성을 날린 셋째아들 이이뿐만 아니라 큰딸 매창은 화가로, 넷째아들 옥산은 명필로서 이름을 날렸다.

오성 이항복의 어머니 최씨는 아버지 없이 키우는데 버릇없이 자라지 않도록 엄격하게 교육시켰다. 특히 항복은 어렸을 때 성격이 호방해 동네 개구쟁이로 소문 나 있었는데 학문에 마음을 못 붙이는 아들을 독려해 도덕적 수양과 경제적으로 근검절약하는 정신, 그리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가르쳐 훗날 재상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로 된 요리서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갈암 이현일의 어머니인 정부인 안동 장씨는 본인도 학문적·예술적 소양을 높이 갖췄지만 훌륭하게 자녀교육을 한 어머니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늘 자녀들에게 “너희들이 비록 글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나는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웃을 향해 착한 행동을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뛸 듯이 기뻐할 것이다”하여 지식보다는 인격수양과 성리학의 학문적 본질을 하나라도 몸소 실천함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전통시대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맹목적인 것이 아니었다. 항상 이웃을 돌보고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자세를 가르쳤다. 학문적으로 뛰어난 인물로서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인격을 두루 갖춘 올바른 사회인으로, 국가의 동량으로 성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러한 면은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요즘 한국의 교육실태는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치중해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남발하는 기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또한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것인데 인성을 잡아주지 않아 스승과 제자의 도가 끊어지고, 학교현장은 무질서 속에 혼돈을 겪고 있다. 이러할 때 전통시대 어머니들의 심지 깊은 인성교육의 틀이 다시 잡아진다면 미래에 희망의 열매가 맺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배용 영산대 석좌교수·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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