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표정은 개운치 않다. 당국으로선 당장 이미 결론내린 징계수위를 조정해야 하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일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되는지…”라고 푸념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은 영업정지, 대표 문책경고 등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고 나서야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금융당국으로선 장시간의 심의 끝에 내린 결론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한 관계자는 “제재심의를 다시 열어야 하는지, 영업일부정지와 대표 문책경고를 모두 경감해도 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당국 일각에선 “징계가 이미 내려진 마당에 전액지급 결정을 했다고 인적 제재까지 낮출 수 있느냐”는 부정적 기류도 감지된다. 모두 경감해주면 금감원 제재심의만 무력화, 희화화할 것이란 염려다. 기관제재인 영업정지 등은 최종 의결절차인 금융위원회에서 경감될 수 있다. 대표 연임 여부를 가름하는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사항이다.
해법은 쉽지 않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하는 특약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지만 이는 소급적용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몽둥이만 휘두르지 말고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 결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선 “원칙적으로 보험사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문제의 기존 상품을 대체하는 보험상품을 만들어 기존 계약자에게 인센티브를 줘 (보험상품을)환치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징계수위 조정을 마무리짓고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사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타협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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