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도둑이 너무 많다'… 장병 먹거리 10년 '짬짜미'

입력 : 2017-03-02 19:55:08 수정 : 2017-03-02 23:07: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공정위, 19곳 적발 335억 과징금 / 지역분할 입찰 방식 허점 악용… 10년간 모의 입찰금액만 5000억/ 22개 품목 ‘물량 나눠먹기’ 담합… 혐의 무거운 12개사 검찰 고발 군부대에 돈가스를 납품하는 복천식품과 태림에프웰 관계자들은 2015년 4월 중순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인근에서 은밀히 만났다. 이들은 얼마 뒤 있을 방위사업청 발주 군납 식품 경쟁입찰을 앞두고 물량 나눠먹기를 모의했다. 입찰이 4개 지역으로 나눠 진행되는 점을 악용해 낙찰지역을 2곳씩 나누고, 나머지 지역은 들러리를 서는 수법을 썼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들 업체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올렸다.

60만 군 장병들의 급식 사업이 납품업체들의 ‘짬짜미’ 비리로 얼룩졌다. 군대에 돈가스, 소시지, 미트볼 등을 납품하는 19개 업체들이 10년간 담합을 벌여오다 적발돼 수백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군납급식 담합 품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군 장병들의 22개 급식품목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동원홈푸드, 복천식품, 태림농산 등 19개 업체에 과징금 335억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19개 업체 중 혐의가 무거운 12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19개 사업자들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치킨, 소시지, 튀김어묵 등 329건의 군 급식 입찰에서 미리 낙찰업체와 입찰가격을 정하고 입찰과정에서 이를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이 같은 수법으로 담합이 이뤄진 입찰금액만 총 5000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입찰 등록 마감일 전에 미리 만나거나 전화통화로 낙찰가격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사전 모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원홈푸드는 담합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퇴직 직원을 통해 입찰가격을 다른 업체에 알려주기도 했다. 태림농산은 낙찰을 받기 위해 들러리를 서주기로 한 업체 사무실에 직접 직원을 보내 입찰을 대신하도록 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업체의 담합으로 인해 납품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참치, 골뱅이의 경우 담합이 없는 상황에서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90∼93% 수준이었지만 담합이 있던 기간에는 93∼98% 수준까지 올라갔다. 또 담합 가담자가 많을수록 낙찰률이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공정위는 담합 가담 정도와 낙찰 횟수 등을 고려해 △복천식품 115억5900만원 △태림농산 76억300만원 △태림에프웰 48억4700만원 △세복식품 22억2200만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정도가 경미한 6개 업체에 대해서는 과징금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담합의 표적이 되기 쉬운 방위사업청의 지역분할 입찰방식에 대해서 관계 부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방위사업청이 이번 조치 결과를 토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관련 자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