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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서 조력자살 伊남성 "존엄사 불허 조국에 배신당해"

입력 : 2017-02-28 01:00:54 수정 : 2017-02-28 01: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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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째 관련 법 제정 지지부진 이탈리아서 조력자살 논쟁 '후끈'
[마르코 카파토 페이스북 캡처]
불의의 사고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고, 눈이 먼 40세의 이탈리아 남성이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스위스에서 삶을 마감한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에서 관련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7일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일명 'DJ 파보'로 불리는 남성 파비아노 안토니아노가 이날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조력자살로 생을 마쳤다.

음악 DJ로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던 안토니아노는 3년 전 당한 교통 사고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만 있는 처지가 되자 안락사를 원했으나 이탈리아에서의 관련 법 제정이 지지부진하자 이웃 스위스로 건너가 목숨을 끊기로 결정했다.

그는 지난 달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 "적어도 고통 없이 죽는 것 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길 원한다. 누구나 자신의 최후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 년째 정치 공방 속에 진전이 없는 안락사법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호소하며 이탈리아 존엄사 운동의 '상징'이 된 인물.

하지만 지난 주말 관련 법에 대한 토론이 3번째 연기되자 그는 죽음을 위해 자신이 나고 자란 조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리는 견딜 수 없는, 끝없는 고통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해외로 내모는 나라의 노예일 뿐"이라고 말하며 지난 25일 고향 밀라노를 떠나 스위스 국경을 넘었다.

그는 호수가 보이는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의료 상담을 받은 뒤 27일 조력자살을 감행했다.

스위스까지 그와 동행한 이탈리아 전 국회의원이자 존엄사 활동가인 마르코 카파토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DJ 파보가 오전 11시40분에 운명했다"고 전했다.
DJ 파보는 죽기 전 "나는 결국 스위스에 왔다. 불행하게도 내 조국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여기에 온 것이다. 고통, 고통, 고통의 지옥에서 나를 꺼내준 카파토에게 정말 고맙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이 담긴 영상이 그의 약혼녀에 의해 트위터에 게재되자 삽시간에 추모 메시지가 답지하는 한편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그의 한 친구는 "용감한 내 친구야 좋은 여행하렴. 결국은 자유를 얻었구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 다른 사람은 "존엄하게 최후를 마치는 것을 허용하는 법을 갖기 전까지 이탈리아는 문명국이라 할 수 없다"며 관련 법의 제정 지연을 비판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는 보수 정당을 중심으로 안락사에 대한 반대가 완강해 관련 법 입안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조력자살은 의사 등이 불치병을 앓는 환자에게 삶을 마감하는 약물 등의 수단을 제공해 죽음에 이르는 게 하는 것을 뜻한다. 안락사가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조력자살은 의사의 직접 개입 없이 환자 또는 환자의 조력자가 직접 약물 주입 등을 통해 죽음을 실행에 옮기는 차이가 있다.

현재 조력자살이 허용된 나라는 스위스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등이 있다. 안락사의 경우 2001년 네덜란드가 전 세계에서 처음 허용한 이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뒤를 따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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