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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흑인 동성애자 ‘화이트 오스카’ 편견 깼다

입력 : 2017-02-27 21:47:19 수정 : 2017-02-28 03: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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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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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흑인 감독 배리 젱킨스의 ‘문라이트’가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과 각색상을 차지했다.

‘라라랜드’는 13개 부문 14개 후보에 올라 역대 최대 수상 기록(11관왕)을 세운 ‘벤허’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아성을 깰지 관심을 모았으나 감독상·여우주연상·미술상·촬영상·음악상·주제가상 등 6관왕에 만족해야 했다.

남녀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과 ‘라라랜드’의 에마 스톤이 수상했다. 남녀조연상은 흑인 배우에게 모두 돌아갔다. 무슬림 배우 마허셜라 알리가 ‘문라이트’로, 비올라 데이비스는 ‘펜스’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감독상을 거머쥔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은 1985년 생으로, 아카데미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새로 썼다.
당초 올해 오스카는 ‘라라랜드’와 ‘문라이트’가 ‘싹쓸이 수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아카데미는 상을 골고루 나눠줬다. 맷 데이먼이 제작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2개를 받았고, 멜 깁슨 감독이 10년 만에 연출한 ‘핵소 고지’는 음향믹싱상과 편집상 2개를 챙겼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는 음향편집상을 받았다.
‘문라이트’를 연출한 배리 젱킨스 감독은 인물들의 감정을 시종일관 밀도 있게 끌고 가는 비범한 연출력으로 제89회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의 빈민가에 사는 흑인 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젱킨스 감독은 비범한 연출력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시종일관 밀도 있게 끌고 간다.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2014)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년간 아카데미상은 후보에 흑인 배우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아 ‘화이트 오스카’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문라이트’는 앞서 제74회 골든글로브 드라마부분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등 각종 시상식에서 무려 165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라라랜드’에 맞서는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후보로 점쳐졌다. 특히 흑인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양성과 차별 문제를 화두로 던지며 최근 인종주의에 대한 관심과 반트럼프 정서가 높아진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젱킨스 감독이 원작 연극 ‘달빛 아래에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를 직접 각색해 만들었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나섰다.

‘라라랜드’는 배우 지망생 미아(에마 스톤)와 재즈 피아니스트(라이언 고슬링)를 통해 꿈을 좇는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에마 스톤의 삶은 영화 속 미아와 닮았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라라랜드’의 ‘미아’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에마 스톤이 울먹이며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유소년 극단에서 연극을 하던 에마 스톤은 10대 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이러한 경험은 미아 역할을 실제 자신인 듯 연기해낸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으로 귀향한 리(케이시 애플렉)가 조카 패트릭(루커스 헤지스)을 위해 맨체스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고, 숨겨둔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케이시 애플렉은 자신의 잘못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삭이며 살아가는 리 역을 맡아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케이시 애플렉이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케이시 애플랙은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영국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 오스카 트로피까지 끌어모았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수상작이 잘못 발표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작품상 발표자로 나선 원로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가 수상작으로 ‘라라랜드’를 호명하고, ‘라라랜드’ 제작진이 수상소감까지 발표했지만, 사회자 지미 키멀이 황급히 다가와 다시 봉투를 건네면서 ‘문라이트’로 수상작을 정정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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