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라인] 숨가빴던 90일…막내리는 '슈퍼 특검', 성과와 한계는

입력 : 2017-02-27 19:52:36 수정 : 2017-02-28 09:23: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 등 성과 / 김기춘·조윤선 등 13명 재판 넘겨… 28일 이재용·최경희 등 기소 방침 / 朴 대통령·우병우 손 못대 한계…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도 미흡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 기간 연장을 불승인함에 따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특검팀의 ‘대장정’은 90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미 13명을 기소한 특검팀은 수사 기간이 끝나는 28일 10여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어서 역대 특검 중 기소 인원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지난해 12월1일 출범했다. 특검팀은 특검 외에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검찰수사관과 파견공무원 40명 등 105명에 달해 ‘슈퍼 특검’이란 평을 들었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시작으로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부정입학 등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화여대 남궁곤(55) 전 입학처장,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54)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51·필명 이인화)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해선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덕(60)·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김상률(58)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또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57)씨의 부인이자 의료용품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인 박채윤(48)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별검사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거부된 27일 박영수 특검이 무거운 표정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특검팀은 수사 마지막 날인 28일 박 대통령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를 받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정씨의 이대 부정입학 등 특혜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등 10여명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또 최씨를 앞서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 외에 새로 드러난 뇌물수수·업무방해·알선수재 등 혐의로 추가기소한다.

이처럼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로 핵심 수사 대상인 박 대통령은 전혀 건드리지 못한 채 수사를 마친 게 대표적 한계다. 삼성 말고 다른 대기업들도 박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특검팀의 ‘삼성 올인’ 전략에 손대지 못했다. SK·롯데·CJ 등 다른 재벌그룹들에 대한 수사는 향후 검찰이 넘겨받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과 나란히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로 지목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역시 ‘옥의 티’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한 뒤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불충분하고 일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경우 이미 수사한 내용만 갖고 불구속 기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수사기록 일체를 검찰에 넘겨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하자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어 일단은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도 미흡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 박 대통령이 비선진료를 받았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비선진료에 깊이 관여한 단서를 잡고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날 “수집된 증거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압수수색도 거부… 대면조사 녹음·녹화도 거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둔 27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경위를 언론에 공개했다.

특검팀이 요구한 조사 전 과정의 녹음·녹화를 청와대가 거부한 것이 조사 불발의 핵심 원인이라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위해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은 28일까지 유효하지만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법원에 반환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 정비를 국회에 촉구했다.

◆박 대통령, 조사 과정 녹화에 굴욕감 느낀 듯

특검팀과 청와대는 애초 지난 9일 청와대 경내 위민관에서 비공개로 박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전날 특정 언론이 보도해 조사가 무산됐다. 당시 청와대는 “특검팀이 조사 일정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다”고 비난하며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특검팀은 “유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특검팀은 청와대와 재협상에 나섰다. 처음에는 요구하지 않았던 조사 전 과정의 녹음·녹화를 조건으로 내건 것도 이때부터다. 특검팀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조사를 담보하고 행여 생길지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녹음·녹화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이 ‘녹음·녹화는 절대 안 된다’고 맞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법정 가는 최순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연 27일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형사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이 검사로부터 신문을 받는 굴욕적 장면이 동영상으로 기록돼 영원히 보관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관계자는 “녹음·녹화 말고는 대부분 쟁점에서 견해차가 좁혀져 성사 직전까지 갔다”고 소개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측 반발을 감안해 피의자 대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기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피의자신문조서(피신) 대신 참고인 진술조서를 받으려 했다는 뜻이다. 다른 형사사건 피의자와 비교해 박 대통령에게 지나친 특혜를 준 것이란 비판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특검팀 관계자는 “대면조사 성사 자체가 우선이라고 봐 웬만한 것은 다 양보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무슨 성역인가” 입법적 조치 촉구

특검팀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청와대 경내 비서실장실, 정무·경제수석실, 의무동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법원은 집행의 어려움을 감안해 유효기간을 28일까지로 넉넉히 정했다. 특검팀은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는 한광옥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명의의 불승인 사유서를 내 이를 가로막았다.

현행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군사기밀이 있거나 공무상 비밀을 보관한 장소는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제껏 청와대는 특검 또는 검찰 수사를 받을 때마다 이 조항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므로 부득이 필요한 자료는 임의제출 형태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생겼다.

이번에 특검팀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허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압수수색 불승인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까지 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법원은 “설령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더라도 청와대로 하여금 압수수색을 받아들이게끔 강제할 수단이 현행법상 없다”며 특검팀의 소송 제기를 각하했다.

특검팀은 결국 청와대 압수수색을 포기하고 법원에서 받은 영장도 돌려주기로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현행법 아래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므로 향후 형소법 개정 등 입법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호·장혜진·김태훈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