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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금융 운동장’서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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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7 22:09:15 수정 : 2017-04-11 14: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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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은행업계와 증권업계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증권)과 ‘종합운동장’(은행)의 논전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각각 증권과 은행 업계 대표선수로 링 위에 올랐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황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가 국내외 금융기관에 비해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의 골드만삭스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보다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래쪽에 서있다는 항변이었다. 증권사가 법인 지급결제와 일반 외화이체·환전 업무도 못하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라는 자탄이었다. 황 회장은 기울어진 운동장 덕을 보고 있는 은행이 이제는 증권업계 고유 업무인 신탁까지 기웃거리고 있다면서 경계심을 내보였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에 포함된 신탁업법을 별도 법안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이 집합투자업(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나눠 주는 업무)에 진출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황 회장은 “농사꾼(은행업)이 수렵(신탁)에 나서는 것”이라고 황당해했다.

그러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과 증권은 경기하는 운동장이 다른 것이지 운동장이 기울어진 게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하 회장은 은행과 증권이 각각 축구장, 농구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는 비유를 들면서 “증권업계가 법인 지급결제와 환전 업무를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농구팀이 축구장에서 발뿐 아니라 손도 쓰면서 경기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격”이라고 반격했다.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이례적으로 반박자료를 내고 “이미 금융지주회사 제도라는 ‘종합운동장’이 있는데 (은행이) 시너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연합회 주장의 본질은 은행업이 가진 비효율성을 타 업권의 본질 업무까지 진출해 해결해보겠다는 약탈적 논리”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지난해에도 몇 차례 공방을 벌였던 증권업계와 은행업계는 올해도 한 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두 업권 모두 기존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기업·가계대출은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가계대출 부실화로 임계점에 다다랐다. 증권사 영역인 신탁 등 자산운용 부문을 넘보고 있는 이유다. 증권업계도 이익 중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이 큰데, 수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거래가 줄어들어 고민이다.

황 회장은 하 회장의 서울대 무역학과 1년 선배다. 대학 시절 테니스부 멤버였던 두 사람은 그때부터 라이벌이었다. 황 회장과 하 회장은 각각 뱅커스트러스트, 씨티은행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기업금융 현장에서 격돌했다. 이제는 증권, 은행의 이익 대변자로 마주 서있다.

금융시장이라는 운동장에서 플레이어들이 잘못된 플레이를 진행할 때 발생하는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은행-증권 업계의 갈등이 업권의 이해를 넘어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키우는 대승적 결론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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