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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도 연기도 외로운 싸움… 유쾌한 쇼 뮤지컬 위해 ‘전쟁’

입력 : 2017-02-26 20:48:55 수정 : 2017-02-26 20: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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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센스2’로 연출·배우 첫발 뗀 박해미·예원
뮤지컬 ‘넌센스2’로 연출에 첫 도전한 박해미와 공연 무대에 데뷔한 예원은 “이 작품은 역사·정치 드라마도 아니고 쇼 뮤지컬이니 ‘오늘 이 시간 여러분과 즐겁고 신나게 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저 지금 전쟁터에요. 배우들이나 주변에도 하소연 안 해요. 혼자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어요.”

배우 박해미(53)가 “너무 힘들다”고 읍소한다. 봇물 터지듯 그간의 마음 고생을 쏟아낸다. 뮤지컬 ‘넌센스2’로 중극장 규모 연출에 처음 도전한 소감을 물은 참이다. 옆에서 듣던 가수 겸 배우 예원(27·본명 김예원)이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예원 역시 이 작품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다. 두 사람은 내달 5일까지 공연하는 ‘넌센스2’를 통해 연출과 뮤지컬 배우로 첫발을 뗐다. 지난 23일 공연 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넌센스2’는 그 유명한 ‘넌센스’의 속편이다. 1986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한 ‘넌센스’가 큰 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만들어졌다. 박해미가 이번 공연을 ‘전쟁터’라 부른 이유는 연출과 주역 1인2역을 오가야 해서다. 제작사에서 그에게 ‘주역도 해 달라’고 신신당부해 고생을 떠안았다. 그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있다”며 “아침부터 밤까지 스태프, 무대 다 신경 써야 해 쉴 틈이 없다”고 토로한다. 힘이 분산되니 자신의 공연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무대에서 뱃심으로 밀어붙여야 하는데 정작 내 노래를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내 솔로곡 몇 분 노래하면 온몸이 땀에 젖어요. 어제도 노래하면서 ‘나 쓰러지면 안 되는데’ 했어요. 제가 막 밀어내야, 관객의 가슴에서 ‘텅’ 하고 감정이 터지거든요. 어떤 때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그러면 마지막 인사할 때 죄인처럼 서요. ‘여러분 신났죠’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하고요.”

지난 16일 첫 공연 후 그는 “통곡을 했다”고 토로한다. 팀 내의 어긋난 호흡이 무대에 고스란히 드러나서다. 국내 여건상 무대 리허설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보니 공연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는 “다들 열심히 해도 손발이 안 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파서 울었다”고 한다. 최고라고 홍보해도 모자랄 판에 약점부터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자신감과 자존심이 강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이 작품을 200여석 소극장용으로 처음 연출했다. 원작은 3시간 분량이지만 1시간을 없앴다. 국내 정서에 맞는 장면도 새로 넣었다.

“원작을 봤는데 너무 올드 하고 재미없어서 인내를 요구하더라고요. 저는 재미없으면 1막만 보고 나가는 스타일이라 과감하게 잘랐어요. 가장 중요한 건 유머다. 그리고 5명 수녀 각자의 아픔을 말하며 살짝 인간적 페이소스만 보여주자. 이건 완벽한 쇼 뮤지컬이에요. 우리와 관객이 즐겁게 놀다 가면 끝인 거예요. 다만 공연 보는 동안은 온갖 시름을 잊을 수 있으면 돼요. 공연장을 나서는데 기분이 상쾌하면 작품의 가치를 다했다 생각해요.”

이렇게 나온 작품에 대해 그는 자부심이 넘쳤다. 그는 “제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었고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다”며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가 걸그룹 쥬얼리 출신인 예원을 수녀 ‘엠네지아’로 선택한 이유 역시 확신이 있어서였다. 그는 “소극장에서 8개월 동안 하면서 이 작품은 캐릭터 싸움이란 걸 파악했다”며 “‘엠네지아’에 대한 확실한 정답이 나왔고, 예원이가 이미지에 딱 맞아 물망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의 감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예원이가 잘하고 있어요. 눈빛을 보면 알거든요. 가끔 눈빛이 먼저 풀어져 ‘이 정도면 됐어’ 하고 잘난 척하는 배우가 있어요. 예원이는 딱 보면 무대에서 간절해요. 살아있는 눈빛이 보여서 제가 언젠가는 ‘야, 너 눈빛 좋아졌다’고 했어요.” (박해미)

“저도 연출님께 열심히 에너지를 드리고 있어요. 첫 도전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공연은 시간이 제한적이라, 그 안에서 뭔가 보여드려야 해서 부담이 많았어요. 매번 아쉽고, 다음 공연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생각해요. 새로 과제들이 생기는데 점점 마지막 공연이 다가오니 항상 미련이 남아요.”(예원)

박해미는 예원에 대해 “연기자로서 아주 괜찮은 재목 같다. 연기적으로 뛰어나다”며 “뮤지컬도 발성법을 조금 바꾸면 더 좋아질 수 있을 듯해서 이 친구를 데리고 소극장부터 하면 아주 좋겠다”고 평했다. 그는 공연 일주일이 지난 현재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공연팀 내부 호흡도 맞아들어가고 있다. 고생스러웠음에도 “연출이 너무 재밌다”는 그는 “연출을 또 하고 싶고 새로 준비하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아쉬움은 있다. “원래 제가 마지막에 ‘일어나세요’ 하면 관객이 쫙 일어나요. CJ토월극장에서는 아직 쭈뼛쭈뼛한 분들이 계세요. 저희가 좀더 능숙해져서, 관객이 가슴 터지게 박수 칠 때까지 저는 맞짱을 뜨렵니다. 엉덩이 무겁거나 주저하는 분까지 바로 일어나게 하는 게 제 마지막 과제에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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