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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관행적 야근· 암묵적 성희롱… 말 못하는 '사축'들

입력 : 2017-02-25 04:22:21 수정 : 2017-02-25 04: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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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근로에 성희롱까지' /게임·IT·출판업계 고용노동부 집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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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게임업체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이모(33)씨는 ‘번아웃’(탈진) 상태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해 직접 제작하는 게 꿈이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회사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씨는 일상회된 야근에 열의를 잃고 말았다고 호소한다. 그는 1주일에 평균 세번가량 철야 근무를 선다. 1박 2일을 넘어 2박 3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이씨는 “입사한 뒤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며 “사고를 당하거나 차라리 쓰러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게임·정보기술(IT) 업계는 장시간 근로에도 제대로 된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데 심각성은 더해진다. 열악한 근무 여건은 물론이고 지난해 말 업계 전반에 만연한 성희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출판가도 사정은 매한가지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업무환경에 신음하는 이들 업계의 종사자를 돕고자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게임·IT업계…야근의 연속

게임 개발사에서 1년을 근무하다 퇴사한 김모(29)씨는 “이렇게 일하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김씨는 “긴 시간 노동에도 회사 차원에서 쉴 시간을 제공하는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불평을 이어갔다. 도리어 '최대한 오래 일하라'고 장려하는 회사 분위기에 신물이 났고, 일찍 들어갔다고 업무성과 평가에 불이익을 받았을 때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일상처럼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지만 노동의 대가는 주어지지 않았다. 김씨는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회사가 제공한 것은 교통비뿐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자정이 넘어서까지 일해야 겨우 택시비 요량으로 1만원가량만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시민단체 게임개발자연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6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법정 노동시간인 주 40시간 이내라고 답한 이는 25.8%에 그쳤다. 52시간을 초과했다는 응답이 20%를 넘었고, 일상적인 과로 상태를 불러 일으키는 60시간 초과 근무도 6.5%에 달했다.

한 달에 휴일 근무를 1~3회 한다는 응답이 3분의 1을 넘은 36.8%였다. 4회 이상도 6% 있었다. 응답자의 월간 평균 노동시간은 205.7시간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상용근로자가 월 평균 187.0시간 일한 것과 비교하면 20시간 가까이 길었다.

초과 근무에도 저녁 식대와 교통비 정도만 지급하는 업계 관행도 잦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위 설문조사에서도 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업계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휴가 관련 수당이나 야근 수당을 따로 지급받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각각 20%, 10%에 불과했다.

◆성희롱에 병들어가는 출판업

한 출판업체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최모(29·여)씨는 “지난해 말 업계 성희롱 실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드러난 뒤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남성 중심의 문화는 견고하다”고 꼬집었다. ‘표현의 자유’ 또는 ‘예술의 표현’ 등으로 합리화해 성적인 발언이나 농담을 일삼는 남성 직원이 여전히 종종 목격된다는 지적이다. 최씨는 “그런데도 출판가가 워낙 좁다 보니 업계 어디 가서 말도 못하는 일이 부기지수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서울·경기 출판지부가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언어적·시각적·신체적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피해자는 68.4%에 달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회사에 알렸으나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한 이도 63.9%나 됐다.
◆고용노동부 대책 마련에 나서

고용부는 앞으로 게임·IT·출판업계의 500개 사업장을 수시로 근로 감독할 계획이라고 지난 22일 밝혔다.

고용부는 이들 업계에서 성희롱 관련 법 위반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법 위반이 다수 적발되거나 정시퇴근 등 일·가정 양립 문화가 취약한 종사자 5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는 전문 기관의 무료 컨설팅도 지원한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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