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초등 국어교과서 한자 병기해야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7-02-23 00:43:29 수정 : 2017-02-23 00:43: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공용(共用)한 문자가 한국어이다. 이것은 한국어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언어정책에서 한글전용만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한글전용 정책이 살아나려면 한자를 전용한 고려시대 이전은 그만두고라도, 한글이 반포된 1446년부터는 고유어 위주의 표기였어야 했다. 그러나 실상은 한자어가 고유어를 포함하는 문자생활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한글도 발달해 왔지만, 특히 한자는 발음, 어휘의 창출, 그리고 의미 성장 등 여러 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였고, 또 우리 풍토에 적응하느라 많은 굴절을 가져왔다. 다시 말하면 우리문자화됐다는 말이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언어문화 상임이사
우리는 이런 문자생활 속에 한글, 한자를 표기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우리말 고유어가 점점 한자어를 대체할 것으로 생각했다. 시간이 문제이지 어느 기간만 주어지면 한자어가 모두 우리 고유어로 바뀌어지리라 생각했다. 한글학자들도 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일부 한글학자들은 한자어에 걸맞은 고유어 발굴과 육성은 외면한 채 한자나 한자어를 한글음으로 표기해 이를 고유어처럼 취급하려 한다. 오랫동안 써온 일상의 한자어의 뜻은 저절로 알 것이고, 어원이 된 한자는 몰라도 문맥상만으로도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사기, 전기, 학문 등의 예를 보자. 士氣 詐欺 邪氣, 前期 轉機 前記, 學文 學問의 구분이 가능한가. 사기, 전기, 학문의 정확한 뜻을 모르면서 발음만 아는 것으로 아는 척하는 반문맹인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처럼 우리말은 한글과 한자를 섞어 써야 되는 문자체계이다. 이 문자체계가 훈민정음 창제 후에 새로 나타난 우리말의 구조체계이다. 한글전용만 주장하려면 이러한 체계에 대한 극복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글전용으로도 이러한 문자체계를 활용함에 부족함이 없다는 명쾌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말과 유사한 문자체계를 가진 일본은 어떠한가. 그들도 고심 끝에 초등교육부터 전 국민에게 2136자의 상용한자를 배우게 하고 있다. 그들은 2차대전의 패전 후 서양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자기네 문자로 고수했다. 그것이 일본 정신문화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북한은 어떠한가. 1949년부터 철저하게 한글전용만 하다가 그것이 잘못된 문자 정책임을 알고서 1970년부터 한자 2000자를 필수로 중·고에서 가르치고 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우리만 한자교육을 방치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초등학교 교과서 개편기를 맞고 있다. 문자체계를 장학할 절호의 기회이다. 다행히 300자 내외의 한자를 초등학교 5, 6학년 교과서에 싣기로 교육부 정책이 결정됐다. 이는 반드시 국어 교과서 본문에도 병기해야 한다. 영어를 초등 3학년부터 배우는 걸 탓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인에겐 우리글인 한글, 한자가 우선해야 한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언어문화 상임이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