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집 연결 등 음성으로 ‘척척’
AI, 인류 위협할까 두려움 커져
삶의 질 변화 등 기술의 기여 무궁 1979년에 개봉된 영화 ‘스타트렉’은 속편과 TV 시리즈로 이어지며 몇 세대에게 사랑받은 롱런 시리즈다. 영화 속의 카리스마 가득한 커크 함장은 컴퓨터에 말을 걸며 정보를 얻고 지시한다. 음성으로 기계와 소통한다니 초기 팬들에겐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마 영화적 상상력 정도 아닐까.
2007년 아이폰이 모바일 세상을 열고 나서 ‘스마트폰 위의 손가락’은 세상과 소통하는 주요 방식이 됐다. 애플의 ‘시리’가 나왔지만, 음성으로 기계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여전히 거추장스러웠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미국 연례행사 세계가전박람회(CES)에 갔다. 드넓은 전시장에서의 첫 느낌은 ‘이거 뭐, 알렉사 판이네’였다. 스타트렉은 현실이 돼 있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청소기, 냉난방과 조명까지 알렉사로 연결된 것 천지였다. 인터넷 판매점 아마존에서 상품 주문할 때나 쓰던 알렉사 음성 비서가 커넥티드 세상을 점령해 버리다니.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
직접 겪어보기로 했다. 아마존에서 스마트 전구와 전기 플러그와 스위치를 에코 닷과 함께 주문했다. 스마트 스위치는 배선을 손대야 해서 설치 난도가 조금 있지만, 다른 설치는 어릴 적 겨울 하늘에 날리던 방패연 만들기보다 훨씬 쉬웠다. ‘알렉사, TV와 거실 등 끄고 침실 등 켜줘!’ 마술이 현실이 됐다. 200달러로 구축한 음성 통제 방식의 스마트 홈은 내겐 호기심의 충족이지만 거동이 힘든 장애인이나 노인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큰 변화다. 남의 도움 없이 생활이 가능해지는 삶의 질의 변화, 이래서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은 미리 재단하기 힘들다.
이런저런 막연한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세돌의 패배에서 인간지배 스카이넷을 떠올리고, AI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 걱정한다.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도 자의식이 있는 AI의 출현을 경고한다. 가상세계와 실물세계의 결합으로 생산성이 급증해 부의 편재나 일자리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걱정도 팽배하다.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세상은 빠르게 변할까.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삶에 미칠 긍정적 변화는 이런 수수께끼에 하나의 실마리를 준다. 작년에 테슬라와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냈다고 떠들썩했다. 길거리 빛이 반사돼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변덕스러운 운전 습성을 가진 인간과 도로를 공유하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가 사고 책임을 벗은 데서 보듯 AI의 잘못으로 주행 사고가 날 확률은 아주 낮다. 주행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더 낮아진다. 자동차 보험료가 싸질 수밖에. 보험사들이 신사업을 찾느라 고심하는 이유다.
20년쯤 후에는 영화를 보며 ‘예전엔 길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기도 했구나’라고 신기해할지 모른다. 인명사고를 줄여서 귀한 생명을 살리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성취 아닐까.
이렇게 상상과 현실의 틈새는 좁혀져 간다. 오히려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는 게 어려운 시절이다. 이젠 정말 새로운 상상을 할 때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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