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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천덕꾸러기 된 다문화언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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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8 22:01:28 수정 : 2017-04-11 11: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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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 열악하고 내국인 선호에 눈칫밥
언어 효율만 내세워 원래 취지에 역행
전국 시도별로 ‘다문화언어강사’가 학교 현장에 배치돼 있다. 이 사업은 2009년 교육부의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지원 정책에서부터 시작됐다. 얼마 전까지 ‘이중언어강사’라는 명칭으로 사용됐으며, 유·초·중등학교 일선의 다문화가정 자녀를 교육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이는 다문화 이주여성 가운데 모국에서 교원자격증 소지자를 비롯하여 일정 자격 기준을 구비한 대상자를 선발하여 시도별 교육대학이나 대학기관에 위탁하여 일정기간 동안 900시간 이상의 연수를 거친 후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이 사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수요자가 없다는 경제논리의 시각 때문이다. 결국 학교의 관리자나 교사, 학생들이 이들의 역할이나 근무에 관해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관리하고 있는 교육청 관계자도 마찬가지다. 출발 당시 야심찬 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교육청 이하 학교 현장에서는 피동적으로 수용한 제도가 이제는 존속 여부를 놓고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이중언어강사 양성 및 배치사업’은 2009년도 서울시를 시작으로 하여 2013년까지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총 466명을 양성하여 유치원이나 초·중학교 위주로 배치됐다. 6개월 동안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커리큘럼을 축약해, 그에 따른 막대한 국고 재원을 투입해 양성했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이렇게 양성한 다문화언어강사들이 현재 절반 가까이 그만두었거나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 상태다. 일반 교사와 마찬가지로 종일 근무하면서 수령하는 금액은 2016년 서울지역 기준으로 월 130여만원에 불과하다. 수입을 고려한다면 학원 어학강사보다 못한 처우다. 또 다른 사유로는 근무에 관한 계약 관계이다. 처음 배치 당시는 대부분 각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의 수요를 조사한 후 일괄 배치했다. 이제는 점차 각 학교를 상대로 개인이 직접 계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일선 학교에서는 이주민인 다문화언어강사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양성하여 한국어를 담당하는 ‘한국어강사’나 ‘이중언어교실강사’를 더 선호하고 있다.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다문화 이주민보다 내국인 강사가 학생들의 언어 지도에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발하는 다문화언어강사와 교육청 간 법정 다툼으로 점차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 다문화 인구의 확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우려와 관심의 대상은 무엇보다 중도입국자 문제이다. 중도입국자 혹은 중도입국 청소년에 관한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필수적으로 풀고 가야 할 과제이다. 우리보다 다문화 현상을 먼저 겪은 유럽 사회에서 그동안의 다문화정책에 관해 백기를 들고 포기를 선언하는 것도 결국은 청소년 이민자의 관리가 소홀할 때 발생되는 묻지마 총기난사사건이나 폭력사태의 유발로 말미암은 것이다.

다문화언어강사의 출발은 다문화가정 자녀에 관한 언어 지도뿐만 아니라 일반학생 대상 국제이해, 일반학생 및 다문화가정학생 대상 방과후 이중언어교육, 중도입국학생 대상 한국어 지도 및 보조, 다문화예비학교 한국어지도 등 매우 다양한 차원에서 시작됐다. 다문화가정 학부모의 강점을 살려 이들을 이중언어강사로 활용함으로써 이민자 부모의 출신국 언어와 문화를 그들 자녀들뿐만 아니라 일반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본래 의도와는 달리 이제는 언어교육의 효율성에 방점을 찍는 근시안적 시각에 의해 투자된 국고의 손실을 떠나 이를 방관할 경우 미래에 치러야 할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 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입국자를 비롯한 청소년을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을 때 이들은 결국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독버섯으로 성장될 수 있음을 정책 입안자나 집행 관련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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