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일손부족 메워주는 ‘한국의 어부’ 외국인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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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스크 마루상그씨가 가리비를 운반하며 양식장을 바라보고 있다. |
깊고 푸른 청정 해역, 통영 바다. 그 바다에서 자란 굴, 가리비 등 해산물은 크고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양식장에서 일할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 뱃일 중에서도 힘든 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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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어선 뒤에 바지선을 매달아 작업장으로 향하고 있다. 바지선은 굴과 가리비를 부두까지 운반하거나 작업장으로 활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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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양식장에서 직원들이 입망을 끌어 올리고 있다. 입망은 바다에서 키운 가리비를 1차로 선별해 그물망 칸칸에 10~15미씩 넣고 크게 키우는 것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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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기계를 통해 분류작업 중인 직원들. |
안준성(44) 사장은 5년 전부터 장인이 운영하던 양식장을 물려받아 외국인 직원 3명과 함께 경상남도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 아침 안 사장이 숙소에서 자고 있는 직원들을 깨우며 말한다. “자 이제 일 나갈 시간이야 출발하자고, 이렇게 친절하게 깨워주는 사장이 어디 있어?” 사장의 목소리에 일어난 스리랑카 출신 담스크 마루상그(21)씨가 예전 개그프로 유행어를 웃으며 말한다. “사장님 나빠요~”, “그럼 시험 잘 봐서 좋은데 가지, 왜 여기 와서 날 고생시켜.” 안 사장도 맞장구를 친다. 마루상그는 스리랑카에서 4개월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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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에 나가기 전 작업복을 챙겨 입는 주네디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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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는 식성이 달라 자연스레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많은 주네디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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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옷장에 ‘저녁에 노래방 갈까요?’라고 적힌 메모가 보인다. |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려면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면 외국인등록증을 받고 3년 동안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연장 신청을 하면 2년간 더 체류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이 합격하는데 점수가 높으면 제조업 분야에, 낮으면 일반 회사나 수산업 분야로 배치된다. 점수가 말해주듯이 수산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일 꺼리는 직종 중 하나다. 야근도 없고 잔업 수당도 없어 제조업 월급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주네디(43)씨는 이 직종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을 받아주는 곳은 드물다. 욕도 안 한다. 무시도 안 한다.” 그래서 1년이 넘도록 여기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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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성 사장(오른쪽부터), 담스크, 주네디, 수데스씨가 양식장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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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하루를 보낸 후 휴식 중인 직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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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스리랑카에 두고 온 아들 린두와 영상통화하는 주네디씨. |
숙소에서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휴식시간을 보내던 수데스 삼바트(24·스리랑카)씨는 한 달에 14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스리랑카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30만원 정도. “한국에서 일하면 몸은 힘들어도 한 달에 5배 정도 더 벌 수 있다. 달마다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에게 100만원을 부쳐준다. 6개월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부자가 된 거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행을 희망하는 스리랑카인이 많다. 일본 회사는 돈은 많이 주지만 숙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져보면 한국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 고향에 보낼 수 있다.
피부색과 국적은 달라도 이들은 한국의 어부다. 도시로 떠난 한국 청년들의 자리를 메워주는 선원이자 바다농사를 짓는 어부다. 오늘도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 함께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통영=사진·글 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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