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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힘들고 외로워도 행복해요” 코리안 드림이 있기에…

입력 : 2017-01-13 14:07:18 수정 : 2017-01-13 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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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일손부족 메워주는 ‘한국의 어부’ 외국인 노동자들
담스크 마루상그씨가 가리비를 운반하며 양식장을 바라보고 있다.
깊고 푸른 청정 해역, 통영 바다. 그 바다에서 자란 굴, 가리비 등 해산물은 크고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양식장에서 일할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 뱃일 중에서도 힘든 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어선 뒤에 바지선을 매달아 작업장으로 향하고 있다. 바지선은 굴과 가리비를 부두까지 운반하거나 작업장으로 활용한다.
가리비 양식장에서 직원들이 입망을 끌어 올리고 있다. 입망은 바다에서 키운 가리비를 1차로 선별해 그물망 칸칸에 10~15미씩 넣고 크게 키우는 것을 말한다.
선별기계를 통해 분류작업 중인 직원들.
안준성(44) 사장은 5년 전부터 장인이 운영하던 양식장을 물려받아 외국인 직원 3명과 함께 경상남도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 아침 안 사장이 숙소에서 자고 있는 직원들을 깨우며 말한다. “자 이제 일 나갈 시간이야 출발하자고, 이렇게 친절하게 깨워주는 사장이 어디 있어?” 사장의 목소리에 일어난 스리랑카 출신 담스크 마루상그(21)씨가 예전 개그프로 유행어를 웃으며 말한다. “사장님 나빠요~”, “그럼 시험 잘 봐서 좋은데 가지, 왜 여기 와서 날 고생시켜.” 안 사장도 맞장구를 친다. 마루상그는 스리랑카에서 4개월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

조업에 나가기 전 작업복을 챙겨 입는 주네디씨.
동료들과는 식성이 달라 자연스레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많은 주네디씨.
숙소 옷장에 ‘저녁에 노래방 갈까요?’라고 적힌 메모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려면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면 외국인등록증을 받고 3년 동안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연장 신청을 하면 2년간 더 체류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이 합격하는데 점수가 높으면 제조업 분야에, 낮으면 일반 회사나 수산업 분야로 배치된다. 점수가 말해주듯이 수산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일 꺼리는 직종 중 하나다. 야근도 없고 잔업 수당도 없어 제조업 월급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주네디(43)씨는 이 직종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을 받아주는 곳은 드물다. 욕도 안 한다. 무시도 안 한다.” 그래서 1년이 넘도록 여기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안준성 사장(오른쪽부터), 담스크, 주네디, 수데스씨가 양식장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낸 후 휴식 중인 직원들.
숙소에서 스리랑카에 두고 온 아들 린두와 영상통화하는 주네디씨.
숙소에서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휴식시간을 보내던 수데스 삼바트(24·스리랑카)씨는 한 달에 14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스리랑카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30만원 정도. “한국에서 일하면 몸은 힘들어도 한 달에 5배 정도 더 벌 수 있다. 달마다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에게 100만원을 부쳐준다. 6개월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부자가 된 거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행을 희망하는 스리랑카인이 많다. 일본 회사는 돈은 많이 주지만 숙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져보면 한국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 고향에 보낼 수 있다.

피부색과 국적은 달라도 이들은 한국의 어부다. 도시로 떠난 한국 청년들의 자리를 메워주는 선원이자 바다농사를 짓는 어부다. 오늘도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 함께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통영=사진·글 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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