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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병신년 관통한 키워드,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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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30 00:52:04 수정 : 2016-12-30 00: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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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정국·민생·국운 좌우할
문재인 등 여야 주요 정치인은
대통령 추락을 반면교사 삼아
새해 정치 기류 맑게 정화하길
2016년이 저물고 있다. 배신의 드라마로 얼룩진 병신년의 종언이다. 주요 배역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된다. 이들의 향후 행로에 따라 새해 정국도 출렁거리게 마련이다. 민생과 국운도 그럴 것이고. 과거지사로만 보고, 회고적으로 접근할 계제가 아니다. 옛 할리우드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풍의 소제목을 달아 조명할 이가 적어도 4명은 된다.

먼저, ‘지옥에서 천국으로’. 유승민 의원이다. 다 죽다가 살아났다. 지난해 6월 국회법 파동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것이 운명을 갈랐다. 유 의원은 급기야 진박(진박근혜) 감별사가 설친 올해 4월 총선 때 공천 배제의 쓴맛을 봤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유 의원의 연말은 전혀 다르다. 팔자가 바뀐 것이다.


이승현 편집인
그는 진박 감별사의 유별난 행패의 반작용으로 수월히 4선 고지를 밟았고, 국정농단 소용돌이에 힘입어 ‘개혁보수신당’(가칭)이란 새살림까지 차렸다. 참모에서 리더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형국이다. 이젠 누가 뭐래도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다. 내심 아찔할 것이다. 일찍이 배신자로 몰리지 않았다면 어찌 됐겠나. 정치는 역시 생물이다. 그가 더 높이 날 역량이 있는지도 두고 볼 일이다.

둘째, ‘천국에서 지상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내달 귀국한다. 지구촌 리더 자리에서 내려와 고향 땅을 밟는 것이다. 다음 목표는 차기 대선이다. 그는 얼마 전 “국민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거리를 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배신 공방에 휩싸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고, 박 대통령도 배신했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독설깨나 쏟아낸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소설 꺼삐탄 리’ 속의 이인국 박사와 꼭 빼닮았다”고 했다. 상류층 의사인 이 박사는 일제 강점기엔 친일, 북한에선 친소, 미군정 땐 친미로 변신을 거듭하는 작중인물이다. 왜 이렇게 쪼아댈까. 대선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친문 사람들에겐 눈엣가시다. 반 총장은 진창에서 구를 각오를 해야 한다. 꽃가마나 아스팔트 길은 이 땅에 없으니까.

다시, ‘지옥에서 천국으로’. 민주당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다. 많은 이들이 생생히 기억한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얼마나 볼품없었는지를. 야당은 자중지란을 빚다 분당으로 직행했다. 그 과정도, 결과도 여간 꼴사납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더 꼴사납지 않았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빛을 보는 오늘은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문 전 대표는 배신 프레임의 최대 수혜자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대통령 (당선이) 가능한가”라는 기자 질문에 “자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과한 감이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그제 문 전 대표의 ‘혁명’ 발언에 대해 “조금 과했다”고 촌평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전 대표가 새 진보의 가치를 속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천국에서 지옥으로’. 배신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이다. 지옥에도 계급이 있다. 단테의 ‘신곡’에선 9개 지옥이 층층이 쌓여 있다. 맨 아래 제9지옥에 갇히는 이들은 배신자다. 단테가 보기엔 은인을 배신한 자가 그중에서도 가장 나쁘다. 특별 구역에 감금된다. 카이사르를 살해한 브루투스,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거기에 있다. 박 대통령은 왜 지난해 6월 그 유명한 배신 발언을 했을까. 바로 그 구역으로 유 의원을 날려버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로 덧없이 한 해를 보내면서 그 유명한 발언을 곱씹게 된다.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발언은 결국 부메랑이 됐다. 대통령이 유 의원 대신 그 구역에 간 것이다. 대선 잠룡들 모두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이참에 정치인의 말은 부메랑이 되기 쉽다는 교훈만 깊이 새겨도 새해 정치 기류는 한결 맑게 정화될 것이다. 차기 대선 또한 덜 꼴불견이 될 테고.

이승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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