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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장애인 스키학교, 설원 녹이는 뜨거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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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6 06:00:00 수정 : 2016-12-15 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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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가족들과 스키장에 오곤 했는데 저는 스키를 못 타서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다 왔어요. 스키 탈 엄두를 못 냈죠. 늘 구경만 하고 왔는데 이렇게 타 보니 꿈만 같네요.”

직장인 박미숙(49·여)씨는 지난 12일부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리는 ‘장애인 스키학교’에 참가 중이다. 하반신 지체장애인인 박씨에게 스키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박씨는 평소 좌식 배구를 즐기는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동계 장애인 스포츠가 궁금해 체험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한다.

장애인스키학교 참가자들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모노스키를 타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14일 스키학교 현장을 찾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운영하는 장애인스키학교는 4박5일 과정으로 매주 진행된다. 이번에는 지체·지적장애인 18명이 참가했다. 여러 장애인이 있었지만 유독 지체장애인들에게 시선이 갔다. 이들은 대부분 모노스키를 탄다.

모노스키는 일반 스키 플레이트 한 짝 위에 스프링이 달린 의자가 설치돼 앉아서 설원 위를 달리는 종목이다. 장애인들에게는 이 장비에 앉는 것부터 험난한 산이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고 의자에 앉으면 하체를 고정하는 벨트를 맨다. 그리고 양손에 아웃리거(폴)를 잡는다. 장애인 스키의 아웃리거는 비장애인 스키의 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웃리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아야 넘어지지 않고 멈추고 싶을 때 선다.

모노스키 장비 사용이 익숙해지면 본격적으로 슬로프에 오른다. 리프트를 타려면 의자 밑에 고정된 잠금장치를 풀고 점프를 하듯 상체를 움직인다. 그러면 의자가 튀어올라 리프트에 앉을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내려서 뒤로 힘을 주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스키학교에서는 초보자들이 스키를 탈 때 가이드가 뒤에서 잡아준다. 매일 잡아주면 실력이 늘지 않기에 하루 이틀 이렇게 가르친 뒤 사흘째부터는 혼자 타게 한다. 능숙해지면 나흘째엔 중급 코스로 진급하는 참가자도 종종 나온다고 한다. 스키학교에 참가한 지 몇 년 된 장애인들은 S자를 그리며 부드럽게 내려온다. 설원 위를 달리는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 장애인스포츠는 그동안 하계 종목 위주로 발전했다. 장애인 동계스포츠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 탓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데다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장애인스키학교는 이런 인식을 깨뜨렸다. 숙식이며 장비대여, 강습료 등을 전액 무료로 제공해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장애인 1명 당 강사 1명이 붙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장애인스키학교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1박2일로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스키학교는 지난해 1월 부활했다. 패럴림픽에 참가할 신인 선수를 발굴하고 장애인 동계 생활체육 보급 확대를 위해서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부족하지만 예산 1억2000만원을 따오기도 쉽지 않았다”며 “당시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직접 만나 꾸준히 설득했는데 어느 날 마음속에 있던 한마디를 던지자 그쪽도 흔쾌히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 한마디는 기자의 가슴도 울렸다. 바로 “장애인도 스키를 타고 싶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장애인스키학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평창=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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