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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볼케이노 정국, 퍼펙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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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3 01:09:22 수정 : 2016-12-13 0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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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가 더 불안한 나라
‘경제위기 부른 죄인’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헌법질서에 따라 역사를 바꿔라
유행어 두 가지가 있다. 볼케이노 정국, 퍼펙트 스톰. 대통령 탄핵 이후 불안한 나라 형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선장 없는 배. 방향타를 고정시키지 못한 채 싸움만 요란하면 어찌 될까. 배는 산으로 간다. 침몰하지는 않을까. 싸움은 볼케이노 정국이요, 침몰은 퍼펙트 스톰이다.

씨앗은 식물 대통령이다. “왜 나를 탄핵하느냐”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아널드 J 토인비 왈 “피리 부는 능력을 상실한 지도자는 마력을 잃어 군중을 춤추게 하지 못한다.” 딱 그 짝이다. ‘창조의 피리’를 불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제국은 화석으로 변해 멸망한다. 창조 능력을 잃고 탄핵 당한 정권. 무엇을 기대할까.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가 대의민주정치 토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수십년 이어온 민주정치 질서. 뿌리는 깊지 못하다. 하지만 부조리한 권력자를 바꿔 창조의 동력을 살릴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강호원 논설위원
그런 까닭에 문을 연 대선 정국은 희망을 품게 하는 또 하나의 씨앗이다. 많은 사람은 새 희망이 움트기를 바란다.

“이젠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도 되나. 홍수를 이루는 말을 들으면 그리 믿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유력 대선주자마다 외치는 소리, “당장 하야하라.” 뒤집어 보면 “나는 부조리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국가를 대청소하겠다”, “부패한 기득권 세력과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 아닐까. 행동은 다르다. 주판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저마다 대권을 향해, 당권을 잡기 위해 주판알을 튕긴다. 물불을 가리지 않으니 진흙탕싸움을 보는 듯하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일까,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일까.

걱정을 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안정을 바라는 국민 마음을 담지 못하는 볼케이노 정국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정치가 난파하면 경제도 난파한다. 지뢰밭 같은 경제 현실을 놓고 보면 너무도 빤한 일이다.

소비·생산·투자 감소, 사라지는 일자리, 성장률 하락…. 이런 말조차 무감각하게 들릴 정도로 불황의 골은 깊다. 그런 어려움뿐이라면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큰 쓰나미가 밀려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디데이는 15일이다. 이후 내년까지 네 차례 올리겠다고 한다. 그뿐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보호주의, 이탈리아가 또 방아쇠를 당기는 유럽연합(EU) 위기….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빼닮았다. 당시에도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영국·북유럽 국가에는 외환위기가 일었다. 미국이 ‘슈퍼 301조’ 칼을 휘두른 것도 그즈음이다. 충격은 언제, 어떤 식으로 밀려들지 아무도 모른다.

위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전문가들의 말이 한결같다. “1997년 외환위기 못지않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어떤 형태를 띨까. 국가부도, 기업부도, 가계부도…. 퍼펙트 스톰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기를 부르는 요인도, 초토화하는 결과도 재앙에 가까운 탓이다.

어떻게 막아야 할까. 재앙의 불을 붙이는 도화선 불부터 꺼야 한다. 정치 리더십 와해에 불을 붙이는 볼케이노 정국은 도화선의 불 아닌가. 대권 싸움에 매몰된 ‘좁은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억지로라도 크게 떠야 한다. 이런 말을 할지 모르겠다. “나라를 망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냐”고. 탄핵 이후는 다르다. 혼란을 부르는 요설을 만드는 사람에게 ‘나라 망친 자’의 낙인이 찍힌다. 역사의 단두대에 서야 할 퍼펙트 스톰을 부른 죄인이기에 그렇다. 책임을 면하려면 모두가 헌법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대의민주정치의 뿌리는 깊어지고, 희망의 싹을 자라게 하지 않겠는가.

한 고조 유방을 도운 역이기, 당 태종 이세민을 도운 위징은 똑같은 말을 했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君舟人水 水能載舟 亦能覆舟) 최순실은 국정을 농단했지만 퍼펙트 스톰은 국민을 굶주리게 한다. 퍼펙트 스톰은 어떤 촛불에 불을 붙일까.

토인비는 이런 말도 했다. “역사를 짜내는 힘의 운동은 시간의 베틀 위를 오가는 북처럼 같은 무늬를 반복해 짜내는 것이 아니다. 더 화려한 옷감을 짜낸다.” 그 말을 믿고 싶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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