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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크리스마스 트리, 중국 노동자 눈물로 만들어진다

입력 : 2016-12-12 16:26:23 수정 : 2016-12-12 16: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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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용 가짜 전나무, 나무에 붙은 반짝이들, 형형색색 오너먼트 등... 이러한 장식품의 화려한 겉모양 뒤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중국의 노동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잇다.

 해외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수천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평균 시간당 600원을 받으며 온종일 공장에서 일한다. 이 중엔 학업을 마치지 못한 15세 이하 어린이도 있다.

중국 장저지구의 ‘크리스마스 타운’. 전 세계 크리스마스 장식품의 60%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트리에 두르는 소위 ‘반짝이 모루’만 44억 원어치가 만들어진다. 산타가 쓰는 모자, 합성 섬유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등도 이곳의 대표 제품이다.

이 지역에만 크리스마스용 장난감과 장식품을 만드는 공장이 600개나 된다.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한다.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기념하는 유럽과 미국이 주요 판매국이다.

돈을 벌고자 정든 고향을 떠난 노동자들이 노동법 울타리 밖에서 제품을 만든다. 근무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기숙사에서 살며 1년에 고작 15일 정도를 쉰다. 크리스마스 용품을 만드는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란 없다. 12월 25일까지 쉬지 못한다.

거기다 하루에 엄청난 양의 트리 가지와 반짝이를 만들어내는 것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임금을 받는다. 시간당 수당은 평균 600원이다.



앞면에 토끼 얼굴이 그려진 스웨터를 입고 있던 자오 이민의 나이는 겨우 15살이다. 반짝이들을 줄로 연결해 ‘반짝이 모루’를 만드는 일을 한다. 얼마 안 되는 월급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의 월급에 합산된다.

하루 종일 일하는데 공부할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자오는 일하는 틈틈이 관리자 몰래 교과서를 훔쳐본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이곳에 이사 온 거예요”라며 “여기서 평생 일하진 않을 거예요”고 자오는 말했다.



18세 양귀하는 하루에 14시간을 일한 대가로 8800원을 받는다. 그는 복잡한 모양의 가짜 크리스마스트리 가지를 만든다. “어려운 작업이에요. 일이 손에 익어서 가지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면 좀 더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라며 “어떤 여자는 여기서 하루에 1만 4700원이나 번대요. 물론 그만큼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긴 해요”라고 씁쓸해했다.

공장주들은 노동자들의 값싼 임금과 박리다매식 판매를 밑천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 이들은 임금 수준을 담합해 제품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조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했다.

그중 한 명이 42세 렝 궈안이다. 그는 이 지역에서 ‘크리스마스트리의 왕’으로 불린다. 렝은 신테 안 공장의 창업주이며 관리자다. 이 공장은 1년에 수출용 크리스마스트리만 100만 그루를 만든다.


현재 그의 공장엔 3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최저임금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공장주들에게 이는 분명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내년에 임금을 올리고 근무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이사 가겠다“고 렝은 말했지만 이같은 공약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공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여기서 일하기 전엔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몰랐어요. 이 트리를 원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도요”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믿느냐는 질문에 그는 크게 웃으며 “저는 중국 신을 믿어요. 서양신 말고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단지 비즈니스일 뿐입니다”고 답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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