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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부패 고깔모자 쓴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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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9 01:11:09 수정 : 2016-11-29 0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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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법에 ‘노동개혁법안’ 왜 들어 있나 / 경제 살리는 개혁 , 부패 산물로 못 박고자 하는가 지난해 연구개발비(R&D) 투자 10% 감소. 얼마나 많은 연구거리가 줄줄이 서랍 속으로 들어갔을까. 9월 자동차 생산량 세계 8위. 이렇다 할 브랜드 하나 없는 스페인에도 뒤졌다. 세계시장에서 밀려나는 전기전자, 조선, 철강…. 폭탄은 또 터졌다. ‘최순실 게이트’에 텅 빈 창조경제혁신센터. 서울시는 지원 예산을 끊겠다고 했다. 벤처신화를 꿈꾸는 젊은 인재는 또 얼마나 낙담할까. 위기를 알리는 징후를 꼽자면 한이 없다.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을 각오는 하는 걸까. 바람 앞 등불 같은 성장 동력을 살릴 준비는 하고 있는 걸까. IT강국, 전자왕국, 자동차대국을 아직도 꿈꾸고 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정치인치고 경제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말은 모두 번듯하다. 하지만 행동이 딴판이다.

최순실 특검법 제2조 3항. 수사 대상을 이렇게 나열했다. “최순실 등,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인이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출연금과 기부금 출연을 강요하였다거나, 노동개혁법안 통과, 또는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복권….” 국가권력을 농단해 시커먼 배를 채운 최순실 사건. 샅샅이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의문점 하나. 왜 ‘노동개혁법안 통과’를 최순실 특검법에 넣은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노동개혁은 부패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기업 총수의 청와대 오찬에서 한마디 했을 법한 노동개혁을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의 대가로 판단하는 걸까. 민주노총은 총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주장인즉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함께 “노동정책 폐기”를 내세우고 있다. 노동개혁이 최순실 특검법 수사 대상에 올랐으니 “당연히 폐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할 만하다. 누가 노동개혁을 특검법에 끼워 넣었을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던가. 이런 엉터리없는 일도 없을 듯하다. 최순실 게이트를 등에 업고 노동개혁에 부패 낙인을 찍겠다는 것은 아닐까.

노동개혁이 무엇인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고쳐 경제가 고사하는 일을 막아 보자는 것 아닌가. 오래됐다. 노동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년이 넘는다. 외환위기 직전 1996년, 위기를 넘기 위해 꺼내든 카드도 바로 노동개혁이다. 노동개혁은 김영삼정부의 저효율·고비용구조 개혁의 핵심이다. 실패했다. 그때도 강성 노조는 반발했다. 이후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 끝에는 외환위기가 있었다. 역대 정부치고 노동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부는 없다. 김대중정부조차 노조 반발을 누르고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하지만 노동개혁에 성공한 정부도 없다. 왜? 정치권이 강성 노조의 눈치나 슬금슬금 봤으니 성공할 턱이 없다. 최순실 특검법 수사 대상에 오른 노동개혁도 ‘눈치의 소산’이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저성장 늪’과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닐까. 1996년 아산공장을 마지막으로 국내에는 공장 하나 짓지 않은 현대차. 현대차만 그럴까. 수많은 기업이 똑같다. 투자 기업에게 땅을 공짜로 주고, 강성 노조에 발목 잡히지 않는 나라는 도처에 널려 있다.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싹수 노란 나라에 돈을 쏟아부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의 노동개혁에 가 닿는다. 선진국치고 영국이 간 길을 따라가지 않는 나라는 드물다.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는 이런 말을 했다. “농정을 해롭게 하는 것을 없앤 다음이라야 다른 일을 말할 수 있다. 먼저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선비(儒)를 도태시키라.”

우리 경제를 가장 해롭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노사협력을 세계 꼴찌로 만들고, 기업투자를 해외로 내쫓는 노동구조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것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정치가 노조와 결탁, 노동개혁을 무산시키려 해서야 될 말인가. 콩 심은 데 팥 나는 일은 없다. 노동개혁에 ‘부패 고깔모자’나 씌우며 어찌 경제가 나아지기를 바라겠는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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