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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최순실 오방색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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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4 21:49:12 수정 : 2016-11-15 00: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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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부패 상징된 ‘오색 전통’
문화재앙 부른 최씨 국정농단
반드시 심판해
수천년 정신 유산 바로 지켜야
오색찬연. 왜 오색이라고 했을까. 삼원색, 무지개 일곱 빛깔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숫자 아홉도 있다. 답은 오행(五行)에서 찾아야 한다.

오행. 세상의 이치를 목 화 토 금 수 다섯 요소로 설명하는 철학이다. 오행은 방향, 색깔과도 어우러져 있다. 목은 동쪽·청색, 화는 남쪽·적색, 수는 북쪽·흑색, 금은 서쪽·백색, 토는 중앙·황색. 오색은 수천년을 이어온 전통인 오행의 산물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오행은 관념의 틀이기만 한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신체, 의학, 음식도 모두 오행으로 설명한다. 색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오색찬연하다는 말뿐만이 아니다. 색동저고리, 단청, 고명, 간장 항아리 금줄, 오곡밥이 모두 오색에 닿는다. 고려 충렬왕 원년, 1275년 태사국은 옷 색깔을 바꾸고자 했다. 이런 건의를 한다. “동방은 목위(木位)로 푸른 빛깔을 숭상해야 한다. 흰색은 금이다. 흰 빛깔을 금하도록 하라.” 백의민족의 흰옷을 푸른 옷으로 바꾸고자 했다. ‘성호사설’에 나온다. 흰옷은 결국 바뀌지 않았다.

역사를 더 거슬러올라가 보자. 옛 조선(고조선)의 오부(五部) 이름은 황 청 적 백 현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부여의 오가(五加), 고구려의 오부, 백제의 오방(五方), 발해 고려 거란(요) 여진(금)의 오경(五京), 조선의 오위(五衛)도 모두 오행과 오색에 가 닿는다.

오행은 어디에서 왔을까. 중국에서? 단재 신채호는 “아니다”고 했다. 오행이 처음 등장하는 기록은 ‘상서’ 홍범구주에서다. 훗날 조선에 온 기자가 주 무왕에게 설명한 치도를 담은 글이다. 기자는 이런 말을 한다. “곤(?)이 홍수를 다스릴 때 오행의 원리에 어긋나므로 천제가 노해 홍범구주를 주지 않고, 우(禹)가 나와 홍범구주를 하늘(天)로부터 받았다.” 우는 중국 상고사의 나라 하의 첫 임금이다. 곤은 우의 아버지다. 신채호는 “천제는 단군”이라고 했다. “‘오월춘추’에 우가 현토사자(玄菟使者)를 꿈에서 보았다는 사실도 조선과 관련된다”고 했다. 현토는 옛 조선의 땅이다. 신채호는 ‘조선상고문화사’에서 오행과 사라진 옛 조선의 역사, 이후 북방과 한반도 고대사를 이두문과 사서 해석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간다.

오행은 북방과 한반도에서 반만년 이어온 우리 종족의 문화전통을 담은 핵심 키워드다. 오방색? ‘방’ 자를 구태여 넣지 않아도 된다.

웬 횡액인가. 나라를 등친 최순실 그림자가 오행과 오색을 흔들고 있다. ‘최순실 파일’에 담긴 오방낭 사진. 오방낭은 201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 때 등장했다. 67년 만에 바꾼 정부 로고. 뒤늦게 “오방색을 활용하라”고 했다고 한다. 누구의 뜻이었을까. 오방색 문양을 담은 정부 달력을 두고 또 소동이 벌어졌다.

대무당 최태민, 그의 딸 최순실, 최씨에게 빌붙어 온갖 못된 짓을 꾀한 차은택이 내세운 문체부 장·차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최태민의 무당 유습을 이은 걸까, 국정을 기롱하며 나랏돈을 도적질한 자들이 오방색을 흔들어대니 오색은 부패의 색으로 변하지 않을까. 정부 로고? ‘부패 로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 달력을 두고 이런 말도 나오지 않는가. “샤머니즘을 선전하느냐.” 앞으로 ‘오방색 사냥’은 얼마나 횡행할까.

600년 넘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고려 공민왕 때 국정을 농단한 신돈. 물론 당시 역사적 배경은 복잡하다. 하지만 신돈에게는 요승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고승 보우도 그를 사승(邪僧)이라고 했으니. 신돈은 농단 6년 만에 참살된다. 그 뒤 어찌 되었는가. 21년 뒤 등장한 조선왕조의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 천년 전통의 불교는 산속으로 내쫓긴다. 주자학으로 무장한 신진사대부. 신돈을 본 유학자들의 눈에 승려야말로 왕도정치를 어지럽히는 쓰잘머리 없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오행과 오색의 운명은 어찌 될까. ‘무당과 부패의 상징’으로 변해 추방당할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문화융성을 외쳤던가. 문화재앙이 가깝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문화유산이 분서갱유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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