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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벼 수발아' 피해 농민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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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4 15:52:35 수정 : 2016-10-24 15: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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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이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전국의 농토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정작 농심은 타들어가고 있다. 멀리서는 아름답게 보이는 황금 들녘이 정작 농민들에게는 가슴의 상처처럼 다가온다. 전국 곳곳의 농토에서 아직 베지 않은 벼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발아 현상은 태풍과 잦은 비가 올해 유독 심하게 발생했다. 특히 전남 지역의 피해 면적만 하더라도 2만여ha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고흥이 1524㏊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어 함평 1120㏊, 순천 500㏊, 영암 197㏊, 영광 152㏊ 등 순이다.

이 같은 수발아 현상을 겪은 벼를 도정하면 품질이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도정된 쌀은 식용이 아닌 사료용으로 사용되기 일쑤다. 농민들로서는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농사를 지었다는 자괴감이 들만하다.

수발아 현상을 몇 차례 겪은 농가는 사실상 1년 농사에 헛심만 쓴 상황이다. 수발아 현상을 보인 벼가 정상적인 벼와 섞이기라도 하면 각 고장별로 키워온 ‘브랜드 쌀’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쌀값마저 폭락한 상태에서 농심은 쪼그라들고 있다. 수발아 벼로 인한 피해 비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생계지원비마저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재해보험 가입 절차도 어렵고, 보상 기준은 더 까다로운 게 오늘의 농촌 현실이다.

농가 보호와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수발아 벼를 별도로 매입하는 방안도 농정당국은 고민해 볼 수 있다. 농협에서 수발아 벼를 별도로 수매하는 것을 거부하면 농민들의 선택은 별로 없다.

헐값에 사료용으로 넘기거나 정상적인 벼와 함께 도정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수발아 벼로 인해 타들어간 농심을 보듬어야 할 때다. 농촌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 어려운 환경에서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을 지켜줘야 한다.

도시를 보호하는 토양인 농촌과 국가정신의 근본인 농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회 2부 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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