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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슈] 연출·연기 초짜들의 대반란… "겁나서 본명 대신 가명 썼죠"

영화 ‘깡치’ 1인 4역 연정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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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9 20:00:58      수정 : 2016-09-11 15:23:51
‘돈없고 빽없는 놈이 영화 감독말고 할 게 있나.’

신인 감독 연정모(본명 손우혁)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의 데뷔작 ‘깡치’의 홍보용 헤드 카피 ‘돈없고 빽없는 놈이 깡패말고 할 게 있나’를 패러디한 것이다.

연정모란 예명으로 감독 데뷔한 손우혁은 연출, 각색, 주연, 프로듀서 등 1인4역을 맡아 영화 ‘깡치’를 빚어냈다.
그는 실제 돈도 없고 빽도 없다. 학력도 변변치 않다.

그런 그가 떠억하니 장편영화 한 편을 완성해 내놓았다. 편당 평균 제작비가 30억∼70억원인 데 비해, 그는 단돈 7000만원을 들여 12일 동안 12회차 촬영만으로 ‘깡치’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였다.

‘깡치’는 서툴고 미숙했던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외면당해 의지할 곳 없는 불안한 10대의 방황과 일탈을 그린 영화다.

1988년 생, 이제 스물 여덟의 이 청년에게선 어디서 그런 배짱과 의지가 생겨나는 걸까. 그를 들여다보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영화에 대해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가끔 영화를 전공한 친구들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 보며 대화를 나누는 정도다. 영화를 자주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스스로 익힌 게 전부다. 굳이 학력을 따지자면 군 복무를 마치고 늦깎이로 진학한 직업전문학교 연기과에서 1년 동안 배운 것뿐이다.

하지만 그는 ‘깡치’에서 연출 외에도 각색, 주연, 프로듀서 등 1인4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었다.

“작년 여름 끝무렵부터 ‘깡치’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서 10월 촬영에 들어간 겁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은 고교 동창 등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에요. 학교짱 현민 역할의 고현민은 연기를 처음 해본 친굽니다. 연극무대라도 서 본 이들이 몇 안 돼요. 심지어 ‘점빵’ 지키다 불려와서 출연한 친구도 있어요. 하하하.”

임근배 촬영감독의 경우는 영화 스태프들의 인터넷 정보망 ‘필름메이커스’를 통해 알게 된 사이다.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개봉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고, 그냥 우리끼리 만들어 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찍은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매끈하게 나온 영화는 눈에 띄는 법이다. 이를 알아 본 배급 관계자들에 의해 8일 개봉하는 행운을 얻었다. 단 추석 대목이라 대형 영화들 사이에서 개봉관을 몇 개나 늘릴지, 그리고 몇 주나 버틸지가 관건이다.

2004년 울산을 배경으로 당시 지방 학생들의 성장통을 그린 ‘깡치’는 초저예산에도 의외로 디테일이 강하다.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은데, ‘디스’의 경우 당시 디자인을 찾아본 우리 스태프들이 다시 만들어 찍었어요. 트레이닝복도 그때 유행하던 ‘험멜’표를 동묘앞 중고시장에서 찾았습니다.”

일단 저지른 용기가 가상하다. 그는 걱정만 하면서 물러나 있거나 머물러 있지 않는다. 뜻한 바를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진짜 살아 펄떡이는 ‘청년’이다. 이미 세계3대 영화제를 석권하며 거장으로 우뚝 선 김기덕 감독이나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떠오르는 이유다.

“처음이라 겁이 나서 본명을 쓰지 못하고 연정모라는 가명을 감독 이름으로 내걸었어요. 군 시절 제게 잘 대해주던 선임병의 이름입니다. 하하하.”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감독이름은 연정모를, 주연과 각색, 프로듀서에는 손우혁이란 자신의 본명을 사용했다.

“서울에 올라올 때만 해도 군인이나 경찰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지 제복이 멋있었다는 이유란 걸 깨달았어요. 26살이 되어서야 ‘해보고 싶은 일’을 다시 찾았는데, 그것이 연기였죠.”

결심을 굳힌 그는 다시 출발한 지 3년 만에 영화를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쓴 데다 주연과 연출로 나서서 한 편의 작품을 깔끔하게 빚어냈다. 극중 자신이 맡은 주인공 형수의 말대로 ‘대형사고를 친’ 셈이다.

뻔한 학원물에서 벗어나 청춘의 고뇌와 방황을 보이는 그대로 담아낸 ‘깡치’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연 ‘친구’(2001) 이후의 학원 액션 누아르를 계승한다. 이들 영화 속 인물들은 주변의 무관심과 소통의 부재로 한순간에 폭력 세계로 일탈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배우 정우의 실화를 그린 ‘바람’(2009)은 아직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열일곱 살 ‘짱구’가 교내 폭력 서클에 가입해 약육강식의 법칙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했고, 훈남 이제훈의 눈빛 연기가 오래 남는 ‘파수꾼’(2011) 역시 순수하지만 미숙했던 고교 시절, 소통의 오해 탓에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조명하며 호평을 받았다.

“거친 수컷들의 세계를 그린 액션 누아르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일탈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힌다.

“형수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커가며 가정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깊은 인물입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행동과 말투가 어설프고 매사 자신감이 없던 그는 폭력 세계를 접하면서 강력한 욕망을 품기 시작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죠. 어쩌면 누군가 따뜻한 말 한마디나 관심을 건넸다면 다른 길을 가지 않았을까 ···.”

차기작에 대해서는 “지금의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몇 편 더 찍어보면서 내구성을 충분히 키운 뒤 상업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제목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아참, ‘깡치’란 말은 깡패와 양아치의 중간쯤을 나타내는 신조어가 아니라, 가라앉은 앙금 혹은 찌꺼기라는 뜻입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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