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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술술] 영어교육+선진국 시스템 도입 글로벌 ‘인재양성 허브’ 목표

입력 : 2016-09-05 01:20:49 수정 : 2016-09-05 0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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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가보니
#1.“Here, here(여기봐, 여기). 나는 멜리사랑 같은 조네.”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남자 아이들이 교실 벽에 붙은 조 편성표를 보러 달려왔다. 이들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 후 교실에서 금발의 외국인 교사가 나오자 아이들은 영어로 자신이 왜 친한 아이와 같은 조가 되지 않았는지, 조를 바꾸면 안 되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교사가 친절하게 정해진 규칙에 따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 아이들은 금세 수긍하더니 주제를 바꿔 대화를 이어갔다.

#2.학교 실내 수영장. 금발 아이들과 검은 머리의 아이들이 물 밖에서 한데 모여 한 외국인 교사에게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교육이 끝난 뒤 아이들은 차례로 물속에 들어가 다른 외국인 교사가 잡아주는 바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간혹 한 아이가 물속에서 짖궂은 장난으로 다른 아이를 끌어당길 때면 외국인 교사가 다가가 주의를 주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 역시 영어로 이뤄졌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캐나다 국제학교 브랭섬 홀 아시아(BHA)에서 학생들이 외국인 교사와 함께 과학 실험을 하고 있다.
BHA 제공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 중인 영어교육도시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원 379만2000㎡ 부지에 2021년까지 총 1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영어교육 특화단지를 조성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유학 효과를 볼 수 있게끔 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유학수지 적자 개선과 더 나은 교육여건 조성을 꾀한다.

영어교육도시 부지조성공사는 2009년 시작돼 2011년 영국 사립학교인 노스 런던 컬리지에잇 스쿨(NLCS) 제주와 공립인 한국 국제 학교(KIS) 제주캠퍼스가 개교했다. 뒤이어 2012년 캐나다 사립학교 브랭섬 홀 아시아(BHA)가 문을 열었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의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SJA) 제주는 내년 9월 개교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찾은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들은 단순히 영어 교육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먼저 NLCS는 영국 명문 사립학교 NLCS의 첫 번째 해외 분교로, 유치원·초·중·고교 통합 과정으로 운영되는 남녀 공학이다. 현재 한국 국적 학생 984명, 이중 국적이나 외국 국적을 가진 학생 169명 등 총 1153명이 재학 중이다. 학비는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합쳐 연간 평균 5000만원 수준이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영국 국제학교 노스 런던 컬리지에잇 스쿨(NLCS) 제주의 학교 내부 전경.
NLCS 제공
한국의 초·중등 단계인 주니어(1∼10학년) 학생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부하며, 연극과 음악, 미술, 승마, 럭비, 골프 등 약 150개의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는다. 이 학교 교사 퍼니스 댄(24·영국)은 “아이들이 가진 능력과 좋아하는 것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할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며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 이 학교의 교육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단계인 시니어(11∼13학년) 학생들은 대학상담을 주기적으로 받고, 에세이 등 대입에 필요한 준비를 시작한다. 주니어는 교복을 입고, 시니어는 복장제한이 없지만 대개 정장을 입고 다닌다.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학생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를 쓰지 않는다. 교사는 정해진 교육과정에 맞춰 프린트물과 발표 및 토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노트에 필기를 해가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표현하는 방법을 전 과목에 걸쳐 연습할 수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밝고 쾌활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얘기했다. 6학년에 재학 중인 손민영(12)군은 “한국 친구들뿐만 아니라 외국 친구들과도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어 좋다”며 “처음에는 영어로만 얘기해야 해서 어색했지만 적응하고 나니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손군의 아버지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어머니는 손군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왔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803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BHA는 국내 유일의 여자 국제학교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NLCS와 마찬가지로 학교 시설은 최고 수준이었으며, 교육 시스템은 캐나다의 것을 그대로 도입해왔다. 각종 스포츠 활동을 적극 권장하며, 약 20%의 학생이 대학 진학 시 예체능 계열을 택한다. 학비는 중학교 과정을 기준으로 약 3500만원 수준이며 기숙사비는 별도다.

김정은 BHA 마케팅 실장은 “여학교인 만큼 학생들이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며 “특히 융합교육을 기반으로 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프로그램이 내세울 만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영어교육도시 유일의 공립학교인 KIS는 첫 졸업생 52명 가운데 14명이 미국 명문대학들의 조기전형에 모두 합격하는 등 뛰어난 입시 결과를 보이고 있다. 또 아직 공사 중인 SJA 역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통해 영어교육도시의 목적인 ‘한국 속의 해외유학’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JDC는 이들 4개 학교를 포함, 2021년까지 총 7개 국제학교를 개교할 계획이다. 국제학교 재학생은 개교 첫해인 2011년 805명에서 지난해 240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목표 정원인 9000명을 달성할 경우 연간 약 2835억원의 외화유출 절감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손봉수 JDC 교육도시처장은 “사업 초반에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고, 학비가 비싸다는 말이 많았지만 해외로 유학가는 것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매년 하는 설문조사에서 국제학교 시설·프로그램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수준으로 나오는 등 영어교육도시 사업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제주=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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