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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후기 生生 공유…'살만한 집' 찾는 대학생들

입력 : 2016-09-02 20:22:55 수정 : 2016-09-02 20: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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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치안 등 정보공유 웹 확산… 집주인과 직거래 수수료도 아껴
평점 낮은 집 환경개선 신경써…“세입자의 권리 찾는 대안 될 것”
서울의 한 대학교 인근 벽에 빼곡히 나붙은 하숙집 정보를 한 대학생이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학생 이장호(25·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4학년)씨는 8월 초 개강을 한 달 앞두고 부랴부랴 서울 관악구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집 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관악구 자취를 위한 모든 정보’를 표방하는 웹사이트 ‘집토스’에 소개된 부동산 매물 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조건의 집을 압축한 결과다. 집주인과 직거래로 계약해 중개 수수료를 아낀 것은 덤이었다. 이씨는 “집에 실제로 살았던 학생들이 집토스에 솔직한 후기를 남긴 덕분에 원하는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며 “중개 수수료를 절약한 집주인이 월세도 조금 깎아 줬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대학들의 2학기 개강 시즌을 맞아 대학가에서 주거 후기를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 확산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대학생 등 세입자들이 한 번 살아봤던 집의 시설 등 주거환경에 대한 생생한 정보와 평가를 소개한다. 당연히 평가 점수가 낮은 집의 소유자들은 세입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어 집주인들도 주거 환경 개선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집토스 홈페이지 화면.

집토스에 따르면 이곳 웹사이트에는 2일 현재 서울 관악구 서울대와 성북구 고려대 인근 집에 대한 후기 400여개가 등록돼 있다. 세입자였던 학생이 평점(별 다섯 개가 최고점)과 방음·방충지수(나쁨·보통·좋음 기준)를 매기고, 관리비와 장단점을 기록한다. ‘대로변에 있어 치안이 걱정되지 않지만 자동차 소리가 없지는 않다’는 식이다.

해당 집에 언제까지 살았는지와 한 줄 평가도 남긴다. 주거 후기와 함께 건물 주소와 층수, 준공 시기, 주차 가능 대수, 엘리베이터 유무, 빈 방의 보증금과 월세 등의 정보도 꼼꼼하게 적시돼 있다.
집토스에 작성된 리뷰. 집토스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들의 거주 후기 공유 사이트의 원조 격은 서울대 주변 원룸을 평가하는 ‘집테일’이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11월 주거 공약 사업으로 집토스와 손잡고 개설했다. 올해 6월에는 고려대 총학생회와 집토스가 제휴해 고려대 집 평가 사이트 ‘별자취’를 만들었고, 성균관대 총학생회도 집토스와 제휴해 지난 1일 ‘가성비’란 이름의 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다만 직거래 서비스는 집토스에서만 제공된다.

집토스는 지난해 7월 자취 생활을 하던 서울대 재학생 3명이 부동산 중개 사무소를 운영하다가 올해 3월 창업했다. 군 복무 중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이재윤(25·지구환경과학부 4학년)씨 명의로 운영했다. 집토스 대표인 이씨는 “그간 자취방을 4차례 옮겼는데 수십만원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가 부담돼 매번 직거래로 집을 구했다”면서 “중개 사무소를 운영하다 학생들의 주거비가 날로 높아지는 것을 보고 주거 후기 공유와 직거래의 필요성을 절감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들 사이트에 남겨진 생생한 후기가 집을 구할 때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집토스를 추천하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대학생 이승곤(26·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씨는 “학우들이 자세하게 남긴 거주 후기라서 믿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세입자협회 고석동 사무국장은 “해외와 달리 국내 주택 시장에서는 시세 정도의 정보만 제공돼 임대인과 세입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권력관계로 이어진다”며 “대학가 주거 후기 공유 사이트는 세입자로서 학생들의 권리를 증진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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