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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폭우에… 꽁초로 꽉 막힌 '빗물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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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5 16:50:37 수정 : 2016-07-05 21: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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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로 침수 속도 2배나 빨라져… 서울시 40만개 청소 매년 수십억 “치우면 금방 쓰레기 쌓여 허탈” “벌써부터 이렇게 물이 차오르면 어떡하나···”

5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의 한 상가 앞. 식당 문을 열기도 전이었지만 빗자루를 쥔 김모(60·여)씨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침부터 내린 장대비로 가게 앞이 물바다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가 많이 내리면 배수가 제대로 안 돼 걱정”이라며 “옆에 하수구(빗물받이)가 있지만 쓰레기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로구 일대 빗물받이 50개를 확인한 결과, 14개가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는 탓에 폭우 시 역류가 우려됐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 다수의 빗물받이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꽉 막혀 비가 그친 후에도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집중호우 때 역류 등 비피해를 우려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맞아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지만 도심 곳곳의 빗물받이가 ‘쓰레기통’처럼 변하면서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도로나 거리 한켠에 설치되는 빗물받이는 빗물이나 하수를 하수본관으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쌓이거나 여름철 악취나 벌레 등을 이유로 뚜껑을 덮어 놓으면 제기능을 못하고 빗물 등이 역류할 수 있다.

지난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험 결과에서도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확인됐다. 침수 수심이 평소보다 1.4∼2.3배 깊어지고 보도블럭 높이(19㎝)까지 침수되는 속도가 2배나 빨라진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정도준 박사는 “토사나 나뭇가지와 달리 꽁초나 비닐 등 인공 쓰레기는 빗물 배수를 현저하게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KT본사 뒤편 도로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상윤 기자
서울시가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빗물받이를 청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약 40만개의 빗물받이 청소를 위해 △2013년 64억7900만원 △2014년 57억9400만원 △2015년 78억1200만원 △2016년 73억29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2010년과 2011년 시간당 100㎜가량 쏟아진 비로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 등 도심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을 때도 빗물 역류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각 구청도 장마에 대비해 4, 5월쯤 대대적인 빗물받이 청소를 하지만 관계당국은 쓰레기가 금세 다시 차 오른다고 하소연한다. 동대문구 치수과 관계자는 “빗물받이 청소는 외부용역까지 쓸 정도로 큰 사업”이라며 “편의점 근처나 도로변, 골목 안 빗물받이는 기껏 청소를 해 봐야 말짱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골목길의 하수구 위로 장판이 덮여있다.
하상윤 기자
정부와 지자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가로변 쓰레기통의 추가 배치나 꽁초투기 벌금 인상처럼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가로변 쓰레기통이 5000여개에 불과해 빗물받이가 쓰레기통이 되는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서초구는 지난해 기준 가로변 쓰레기통이 단 1개뿐이었다.

빗물받이에 ‘스마일 스티커’를 붙여 꽁초 투기 심리를 억제하는 경기 시흥시나 ‘빗물받이 관리자 지정제’를 운영하는 구로구처럼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황종환 주무관은 “시민의식 제고 노력과 함께 각 구청과 연계해 막힌 빗물받이를 관리하고 있다”며 “폭우가 예상될 때 순찰을 하거나 각 지역 빗물받이 담당자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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