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의 한 상가 앞. 식당 문을 열기도 전이었지만 빗자루를 쥔 김모(60·여)씨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침부터 내린 장대비로 가게 앞이 물바다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가 많이 내리면 배수가 제대로 안 돼 걱정”이라며 “옆에 하수구(빗물받이)가 있지만 쓰레기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로구 일대 빗물받이 50개를 확인한 결과, 14개가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는 탓에 폭우 시 역류가 우려됐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 다수의 빗물받이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꽉 막혀 비가 그친 후에도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집중호우 때 역류 등 비피해를 우려했다. |
도로나 거리 한켠에 설치되는 빗물받이는 빗물이나 하수를 하수본관으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쌓이거나 여름철 악취나 벌레 등을 이유로 뚜껑을 덮어 놓으면 제기능을 못하고 빗물 등이 역류할 수 있다.
지난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험 결과에서도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확인됐다. 침수 수심이 평소보다 1.4∼2.3배 깊어지고 보도블럭 높이(19㎝)까지 침수되는 속도가 2배나 빨라진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정도준 박사는 “토사나 나뭇가지와 달리 꽁초나 비닐 등 인공 쓰레기는 빗물 배수를 현저하게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KT본사 뒤편 도로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각 구청도 장마에 대비해 4, 5월쯤 대대적인 빗물받이 청소를 하지만 관계당국은 쓰레기가 금세 다시 차 오른다고 하소연한다. 동대문구 치수과 관계자는 “빗물받이 청소는 외부용역까지 쓸 정도로 큰 사업”이라며 “편의점 근처나 도로변, 골목 안 빗물받이는 기껏 청소를 해 봐야 말짱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골목길의 하수구 위로 장판이 덮여있다. 하상윤 기자 |
빗물받이에 ‘스마일 스티커’를 붙여 꽁초 투기 심리를 억제하는 경기 시흥시나 ‘빗물받이 관리자 지정제’를 운영하는 구로구처럼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황종환 주무관은 “시민의식 제고 노력과 함께 각 구청과 연계해 막힌 빗물받이를 관리하고 있다”며 “폭우가 예상될 때 순찰을 하거나 각 지역 빗물받이 담당자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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