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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제2의 인생… 나는 용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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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08 20:56:25 수정 : 2016-03-08 20: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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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깬 울산 현대중공업 산업 여전사 9인
여성용접사인 정현옥(40), 송미영(49), 이인영(46), 설태자(41)씨(왼쪽부터)가 용접면(용접할 때 강한 빛이나 열로부터 눈과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에 대고 가리는 것)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거대한 상선들이 위용을 뽐내는 울산 현대중공업. 분주히 움직이며 작업 삼매경에 빠져 있는 용접사들 가운데 꽃무늬 토시를 착용한 용접사가 눈에 띈다. 고글 너머 보이는 긴 속눈썹과 범상치 않은 무늬의 토시가 나도 용접사라고 말하고 있다. 희뿌연 먼지와 기계소리만 가득한 산업현장에서 안전모와 방진마스크를 착용한 여성용접사의 존재가 꽤나 낯설다. 

여성용접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전장비 좋아! 정리정돈 좋아!”라고 외치는 TBM(Tool Box Meeting, 안전한 작업을 위해 작업 전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행동)을 한 뒤 각자 위치로 흩어져 용접작업을 시작한다. 

6년차 여성용접사인 송씨(오른쪽)가 박기만(35) 반장으로부터 용접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송씨는 “사수 분들이 잘 가르쳐 주신다”고 말했다.
아직 미숙한 한 여성용접사가 남성용접사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그녀의 눈빛이 사방으로 튀는 불꽃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휴식 시간이 되자 일을 마친 여성용접사들이 여자휴게실에 모여 차 한 잔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여성용접사인 송씨가 그라인더작업(공작물의 면을 깎는 작업)을 하자 사방으로 튀는 불똥이 궤적을 만들며 불꽃놀이를 연상케 한다.
이씨(왼쪽)가 동료 용접사와 함께 용접을 하기 위해 케이블을 연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선박블록 대조립(선체 조립의 한 과정으로 소, 중, 대조립으로 나뉜다)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 아진이엔씨에는 9명의 여성용접사들이 일하고 있다. 이 중 3명은 지난달 5일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에서 6주간의 용접 교육을 수료했다. 설태자(41)씨는 “서비스업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여성용접사 양성과정을 배우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진연심씨가 가열 토치와 물을 이용한 곡직작업(굽은 것을 곧게 펴거나 평평한 철판을 원하는 모양대로 구부리는 일)을 하고 있다.
여성들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공업 분야에서 여성용접사들은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6년차 여성용접사 송미영(49)씨는 “여자가 용접을 해? 그 힘든 일을 왜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현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경우도 있고 작업 도중 여기저기 부딪혀 멍이 들고 물집도 생긴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작업을 마친 뒤 안전모를 벗은 해맑은 표정의 송씨가 땀에 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용접작업이 고될 때도 있지만 제가 만든 선박들이 바다 위를 항해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말한다. 한국 중공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성용접사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울산=사진·글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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