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ame src="//www.googletagmanager.com/ns.html?id=GTM-KDPKKS" height="0" width="0" style="display:none;visibility:hidden">

마포대교의 소원…"제 이름서 '자살' 지워주세요"

서울시 5월까지 난간 상향 '뒷북' … '사랑의 다리'로 탈바꿈할 근본대책 세워야

관련이슈 : 디지털기획
글씨작게 글씨크게
입력 : 2016-02-11 13:13:33      수정 : 2016-02-11 13:38:04
'
“밥은 먹었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때?”

저는 제법 유명합니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따뜻한 말을 건네주곤 했거든요. 깜깜한 밤에라도 찾아오기만 하면 불빛을 반짝이며 알은 체를 해줬어요. 많이들 좋아해주셨죠. “속상해 하지마”, “많이 힘들었지”라는 짧은 말이 그렇게들 위안이 됐나봐요. 특히 저는 자살을 생각하고 찾아온 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었어요.

아참,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마포대교’입니다.

저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양쪽 난간 위에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올려놨어요.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함께 기획했고 저는 시민들이 내준 아이디어 중에서 뽑힌 문구를 보여드리기만 하면 됐어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게 세계 최초였대요. 그래선지 2013년에는 해외 유수 광고제에서 상을 37개나 받았어요. 자살 예방 캠페인 차원에서 저를 ‘생명의 다리’라고 명명한 시도가 새롭기도 하지만, 진정성이 있다는 거였죠.

그런데 세상 일은 참 제 마음 같지 않네요. 제가 되레 ‘자살 명소’가 됐거든요.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2011년 제가 보는 앞에서 강물로 몸을 던진 분은 11명이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에는 이런 분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어요.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15명, 2013년 93명, 2014년에는 184명까지 증가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있는 한강 다리가 29개나 되는데 저한테서 벌어진 사고가 대다수를 차지할 지경이 됐어요.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투신자들 때문에 저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의 고생이 말도 못 한대요.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와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가 총 1.4㎞ 길이인 저를 밤낮으로 살피거든요. 이 분들에 따르면 ‘N포세대’로 불리는 20대의 투신율이 제일 높아서 정말 안타깝대요.

제가 이렇게 ‘자살 대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 저를 도와주던 삼성생명이 지난해 결국 손을 들었어요.

“비용 뿐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연간 1억5000여만원의 운영비 지원이 이렇게 중단됐어요. 그래서 작년 12월부터는 밤에 켜지던 응원 문구 조명도 꺼졌어요.

전문가들은 저에 대한 과도한 홍보가 역효과를 불러왔대요. 연세대 이수정 교수(심리학)는 “심리학에서는 특정단어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그 단어를 훨씬 더 많이 떠올리는 백곰효과(White Bear Effect)라는 것이 있다”며 “사람들에게 자살을 하지 말라면서 다리를 꾸며 놓으니 이것이 오히려 자살 사고를 부추긴 꼴”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서울시는 오는 5월까지 제 난간을 높이기로 했나봐요. 이 때문에 서울시가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합니다. 국립중앙의료원 김현정 전문의(정신건강의학과)는 “애초 투신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난간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병행했어야 했다”며 “문제에 감성적으로만 접근해 일을 키운 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난간을 높인다고 끝은 아닐 겁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겠죠.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우리나라엔 상담 문화가 제대로 성숙돼 있는 않은 점이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라며 “꼭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얘기를 마음 편히 털어 놓을 수 있는 창구를 적극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해줬어요.

저는 이제 제게 덧씌어진 잘못된 이미지가 바뀌기만을 바랍니다. 홍진표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이 좋은 제안을 내놨어요. 홍 센터장은 “마포대교에서 기존 구조물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리를 자살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긍정적 정서를 유발할 수 있는 전시물로 바꿔야 한다”고 해요.

가령 사랑과 다리를 연결지어 남녀, 애완동물, 다문화 가정, 민족 간 종교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다리 이미지와 결합시켜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 모이는 다리’ 등으로 콘셉트를 다시 잡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사랑도 좋고 우정도 좋고 다 좋습니다. 제발 이제 ‘자살’만큼은 제 이름에서 떼내고 싶습니다.

김선영·김라윤 기자 007@segye.com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링크 AD
투데이 링크 A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이슈 AD
    이시각 관심 정보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