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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뚫고 '질주 본능' 폭발… 현대차 종합 3위 쾌거

입력 : 2015-11-16 19:59:45 수정 : 2015-11-16 19: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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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올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종합 팀 순위 3위를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중서부 웨일스에서 막을 내린 2015 WRC에서 현대모터스포츠팀은 224점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한때 시트로엥과의 격차를 4점까지 줄였지만 6점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WRC는 양산차로 세계 13개국의 일반도로를 돌며 치르는 모터스포츠다. 경주용 자동차 간 대결인 포뮬러원(F1)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경주대회로 꼽힌다.

현대차의 i20 랠리 카가 15일(현지시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2015 WRC의 마지막 스테이지 무대인 영국 웨일스의 브레닉 호수 주변의 비포장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현대차는 팀 종합 3위로 올해 WRC를 마감했다.
현대차 제공
2000년 WRC에 발을 들여놨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4년 만에 철수한 현대차는 지난해 WRC에 다시 도전해 4위에 올랐고, 올해 3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올 WRC 13라운드의 마지막 19번째 랠리는 영국 리버풀에서 남서쪽으로 90㎞ 떨어진 웨일스 브레닉 호수에서 열렸다.

◆강풍과 비, 좁은 진흙길과의 싸움


올 WRC의 고별을 알리는 13라운드의 19번째 ‘브레닉 스테이지’는 최악의 조건에서 치러졌다. 웨일스 랠리는 나무가 우거진 비좁은 숲과 진흙탕 길,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날씨 등으로 악명이 높다. 이 가운데 브레닉 스테이지는 호수 주변의 비포장도로 10.5㎞를 완주하는 코스인데, 이날 아침부터 강풍이 몰아치더니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강한 빗줄기까지 더해졌다. 경기장은 금세 진흙길이 됐다. 사선으로 쏟아붓는 빗줄기에도 유모차에 아이 둘을 태우고 온 ‘열혈’ 부부와 아이 손을 잡고 대회를 찾은 부부 등 유독 가족 관람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브레닉 스테이지로 향하는 편도 1차선 도로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차로 가득 찼다. 앞서 오전에 치러진 16번째 랠리도 브레닉에서 진행됐고, 해안절벽을 따라 아스팔트 외길이 펼쳐져 웨일스 최대 절경으로 꼽히는 18번째 ‘그레이트 오르메’ 랠리 관람이 강풍으로 전면 금지되면서 브레닉으로 관람객이 몰린 듯했다.

강풍과 비, 추위에 떨며 한참을 기다리다 멀리서 빗소리를 뚫고 거친 배기음이 들려오자 좌중이 술렁거렸다. 현대차팀의 ‘i20’ 랠리 카 등 자신이 응원하는 차가 나타나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랠리 카들은 흙탕물을 뿌리며 미끄러지듯 코너를 돌아 금세 저 멀리 사라졌다.

이날 상위권 15대 차량이 2분 간격으로 지나갔는데, 현대차팀은 9번째와 10번째로 관중 앞을 지나쳤다. 지난 스테이지까지 성적이 나쁜 차부터 출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현대차팀은 5위와 6위였다.

4개 완성차 업체의 8개팀을 포함해 총 78대의 차량이 출전한 이번 랠리에서 현대차팀 소속 드라이버 다니 소르도가 4위, 헤이든 패든이 5위에 각각 올랐다. 아쉽게도 3위권 진입에 실패해 시상대에 오르는 영광을 안지 못했다. 대신 13개국을 돌며 얻은 점수를 합산한 팀 종합순위에서 4위 포드보다 43점이나 앞서며 거뜬히 3위에 올랐다.

◆30분간 ‘새 차’ 만드는 7개의 형광띠


13라운드가 치러진 웨일스 랠리는 19개 스테이지로 구성됐는데, 총길이는 312.16㎞이다. 스테이지 간 연결구간을 합치면 1458.15㎞의 대장정이다. 한 스테이지를 마친 랠리 카는 진흙투성이가 된다. 갑자기 튀어나온 돌멩이와 예상치 못한 접촉사고 등으로 고장도 잦다. 그래서 WRC는 레이서만 잘 달린다고 우승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험로를 오래 달리는 경기이니만큼 빠르고 정확한 정비도 필수다. 현대차가 2013년 유명 드라이버를 영입해 팀을 구성하면서 내로라하는 정비인력도 확충한 이유다.

랠리 카의 정비소 격인 서비스 파크는 14일 찾았다. 1층은 i20 랠리 카 3∼4대를 한꺼번에 정비하는 공간이고, 2층은 아래층 정비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게 구성됐다. 전체 19개 중 8개 스테이지가 진행된 이날 i20 랠리 카가 서비스 파크에 들어서자 정비사들이 분주해졌다. 차 뒷부분과 앞부분을 차례로 들어올린 뒤 네 바퀴를 순식간에 빼고, 차량 하체를 보호하던 언더커버도 해체했다. 차 안에 가득 쌓인 흙탕물과 진흙을 퍼내는 사이 한쪽에서는 험로 주행으로 부서진 앞 범퍼 교체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정비사들은 험로 주행으로 녹초가 된 차량을 순식간에 ‘새 차’로 탈바꿈했다. 그러던 중 또 한대의 i20 랠리 카가 도착했다.

정비사 지척에는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나온 심판이 심드렁하게 서 있다. 정비팀 7명이 오른쪽 발목에 형광색 띠를 차고 있는데, 정해진 정비팀 이외 인력이 차를 만지면 심판으로부터 벌칙이 주어진다. 주간 30분, 야간 45분으로 제한된 정비시간을 초과해도 페널티가 있다. 제한시간이 다가오자 정비팀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진다. 30분이 거의 다 돼 한대가 겨우 랠리로 복귀했다. 그러나 다른 1대는 고장이 난 변속기를 교체하느라 15초 초과됐다.

현대차가 철수 11년 만에 다시 WRC 정복에 나선 것은 장기적으로 고급차와 고성능차 개발을 위한 기술력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WRC에서 갈고닦은 기술력을 통해 고성능차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한편 고출력, 고성능의 엔진과 저중심의 최적 중량배분 패키지를 개발한다는 게 현대차의 복안이다. 현대차는 더불어 고강성 경량화 차체 및 새시, 한계주행 및 내구성능 개발 등을 통해 기술을 축적해 새 양산차 개발에 적극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웨일스=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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